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백수고모 May 05. 2016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 뮤지컬 <심청>의 이수인 연출

                                                                                           

언젠가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절박함과 진솔한 사색이 담긴 작품이다. 효(孝)를 주제로 하는 ‘심청가’를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심청처럼 제물로 팔려온 간난의 삶을 매개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수인 연출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다.   

▲뮤지컬 <심청>의 이수인 연출과 공연 포스터.  (K아트플래닛 제공)


연출을 맡게 된 계기     

이강백 작가는 오랫동안 설화 ‘심청’이 가진 철학적 이면을 고찰해왔다고 합니다. 고귀하고 당당하며 인간적인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작가 자신의 존재적 고민을 심청의 이야기에 담아내고 싶었나 봅니다.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음악적으로 풀어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와 제 극단에 작품 제작을 제안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 제작과 연출을 맡게 되었습니다. 


동명의 작품들과 다른 점 

이야기는 숱한 ‘심청’들을 물속에 밀어 넣은 선단의 선주와 아마도 마지막 ‘심청’이라고 할 수 있는 ‘간난’의 이야깁니다. 심청의 이야기와 맥락은 잇고 있지만 심청 이야기 자체는 아니지요.


작품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선주는 아주 부유하고 노회하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전전긍긍합니다. 반면에 억지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간난은 처음엔 크게 저항하고 거부하지만, 점차 스스로의 사색과 결단을 통해 당당하고 가치 있는 죽음의 길로 나아갑니다. 어떻게 죽느냐가 결국 삶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늘 옆에 있는 게 죽음이지만 우린 늘 죽음을 배제하고 삽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머지않아 다가올 마지막을 아름답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저 역시 아직은 선주의 마음처럼 두렵고 황망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중·장년 관객이 가장 공감할 만한 장면  

제가 보기엔 모든 장면이 재미있고 공감할 만합니다. 굳이 콕 집어 하나만 선택한다면, 간난이 마지막 작별을 하면서 선주에게 ‘부디 건강하시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 연습 중에도, 공연 중에도 그 대목을 볼 때마다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자칫 무겁고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고 리드미컬하게 보여주기 위해 애썼습니다. 라이브 연주와 구음, 아름다운 마임 등을 통해 시청각적 입체화를 꾀한 점도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는지 

굳이 특정 부류의 관객을 겨냥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중·장년 이상의 관객이라면 더욱 공감할 대목이 많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화두로 번민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뮤지컬 <심청> 공연 장면.(K아트플래닛 제공)


△이수인 연출 

현) 극단 떼아뜨르 봄날 대표 겸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겸임교수.

<신시야화>, <해피투게더>, <헤이그 1907>, <노부인의 방문>, <왕과 나> 등 연출.


△뮤지컬 <심청>  

일정 5월 22일까지   장소 대학로 나온씨어터 

연출 이수인   출연 송흥진, 박인지, 이두성, 신안진, 김승언 등

매거진의 이전글 난 왜 서예가를 보며 아이돌을 느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