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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리나 Jul 03. 2024

뜨개이야기-6

명품인 줄


 비싼 명품백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내게 아예 없지는 않다. 10퍼센트 정도는 사서 갖고 싶기도 하고 90퍼센트는 거저 주면 사양하지 않을 듯한데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 하나 슬금 따라와서 맞춤할 고급스러운 매너도 의상도 액세서리도 필요할 듯해서 그냥 나의 조용한 명품 내가 짠 가방을 사계절 애착하고 있다. 그런데 뜨개가방은 가죽 가방 흉내를 내면 안 될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너의 필수 매너는 편안함, 부드러움 그리고 무심함이니까.


모처럼 검정실을 써서 짜봤다. 가방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핸드폰 그리고 안경 몆 가지 소지품을  넣고 다니기 아주 편하다. 나는 많은 비슷한 가방을 계속 짰다. 새 가방은 이전 것보다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가 났다. 누군가 보고 이쁘다고 나도 하나 주문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으려고 얼마나 많은 뜨개가방을 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꼭 사진을 몇 장씩 찍어두었는데  이제 그 사진들이 가방에 퍼부었던 내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주는 증거품이 될 듯하다.


한 동안 뜨개의 표현의 즐거움에 빠졌다가 잠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명품이라도  줄 알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보기가 민망하다. 정성 다해 균형 맞춰 멋지게 만들었다 싶었던 뜨개가방이 더 호응을 받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를 빨리 알아차렸으면 고생을 덜 했을 것 같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가죽과 뜨개를 섞어서 만들어보고 싶다. 탄탄하고 멋진 모티브를 짜서 가죽 가방에 덧대어 박음질하면 명품백 될 거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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