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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리나 Jul 16. 2024

뜨개이야기-8

겨울 눈 생각


날씨가 쌀쌀해지면 세상은 색깔을 바꾼다. 알록이달록이하던  마음도 좀 얌전해지지 않던가.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던 입술도 추워서라도 조용히 다물고 있게 된다.

겨울을 생각하며 흰색을 써봤다. 어두워진 거리에 눈이 내렸고 하늘에는 아직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며 뜨개질을 했다.


상상을 넓혀  넓은 논밭에 눈 내리고  황토흙과 눈이 서서히 섞이다 눈으로 하얗게 덮여버리고 그러다 눈과 하늘이 얼기설기 섞여 흐려지다 잿빛이 되고 그리고 날이 저물어 높아진 검은 하늘이  있는 그림을 뜨개로 표현하면 어떻게 됐을까


 흰색실이 여덟 가락이었는데 두 가닥씩  갈라서 늘려가는 식으로 다른 색과 첨삭을 하며 짰다. 조금 번거롭기는 했는데 머릿속 상상의 그림을 뜨개로 표현해 보는 것이 재밌었다. 이 가방은 수공이 제법 들어 보이니 누가 탐내는 말을 일절 안 했던 것 같다.

겨울이 오면 코트를 입고 저 가방을  또 끼고 나가 차 한잔 느긋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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