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고 풍성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뜨개가방의 바닥을 방석만 하게 짰다. 바닥이 완성되고 몸통을 올리면서 조금씩 줄이다 보면 그렇게 크게 안 보인다.
색으로 무늬를 만들려면 실을 계속 데리고 다니며 바꿔주어야 한다. 조금 더 수고하면 지겹지 않고 뻔하지 않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바다가 생각났다.계속 같은 생각에 머물며 손을 움직였더니 백사장에 섰을 때 답답하게 보이지 않을 만한 뜨개가방이나왔다.반쯤 파란색에 흰색을 좀 더 많게대비시켰더니 더 시원해 보인다는 얘길 들었다. 파도는 파랑반 하양반 같아서 반반 섞어보았다. 짧은 뜨기를 참 많이 했는데 이번엔 한번 긴뜨기로 하고 한 코씩 비워서 청량감을 주고 여백을 만들었다.
지금껏 내 작품에 호감을 좀처럼 표시하지 않던 친구가 자기 것 하나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넣었다. 자기는 각진 것보다 느슨한 스타일을 좋아한 댔다. 다 만들고 나서 나도 만족스러웠다.전문가도 아닌 내 손 끝에서 이런 여름을 듬뿍 담을 만큼 넉넉한 가방이 나오다니,. 복잡하고 답답한 시절 중에 뜨개를 하게 되니 없던 재주도 춤을 췄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