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여행, 그리고 남겨진 추억

스무살 첫 여행에서 흔들릴 뻔한 우정

by 에세이 작가 훈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소들이 있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특별한 장소가 몇군데 있다. 그중 한곳은 강릉에 있는 망상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매년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 때 찾는 피서지이다. 망상 해수욕장이 특별한 이유는 유명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첫 여행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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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교를 입학한 후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4명의 친구들과 주말에 모여 술을 자주 마셨다. 우린 고등학교 시절 얘기, 대학교 생활 얘기, 연애 얘기 등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 한명이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보니 우리끼리 여행을 가본적이 없네?”


당연히 5명 다같이 여행을 가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간적이 없었다. 4월에 여름방학이 되면 놀러 가자고 얘기만 하고 장소마저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7월 초가 지났는데도 누구하나 여행에 대한 얘기를 안했다. 잊어버린 것이다.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안 가는건지 물어봤다. 술을 많이 마신 우린 서로 취해 별다른 생각없이 바로 ‘가자' 라고 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이틀 뒤 출발하는 망상해수욕장 2박3일 일정, 해수욕장 근처 민박까지 예약을 완료했다. 우연히 나온 말 한마디에 우리들의 첫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가서 좋은 추억을 남기자며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후 내일 모레 여행을 잡아놓은걸 기억했다. 재빨리 친구들한테 연락을 했다. 여행을 가는게 맞는지 확인차였다. 다들 퉁명스러웠지만 한명이 숙소까지 예약했으니 강행해야 한다고 밀어부쳤다. 부랴부랴 각자 용돈을 모아 여행자금을 만들고, 총무를 정했다. 총무를 맡은 친구가 교통편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날 저녁 때 5명이 다시 모였다. 면허증이 있는 친구들이 강하게 렌트카를 빌리자고 밀어 부쳤다. 총무인 친구가 바로 렌트카를 알아봤으나 추가 경비를 내야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기차를 알아보니 다행히 좌석이 남아 있어 표를 구매했다.


대망의 여행날 아침 8시, 장을 보기 위해 마트로 다들 모였다. 제일 먼저 패트병으로 된 소주 5개, 과자, 음료, 구워먹을 고기도 넉넉하게 사고 정리해 보니 박스 3개 정도였다. 마트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가긴 멀어 택시를 탔다. 제천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출발 후 4시간 30분정도 지나 강릉역에 도착했다. 역광장에서 택시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망상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애매랄드빛 색깔의 바다와 잔잔한 파도가 보였고, 20여명 남짓 놀고 있던 모습이 한산해 보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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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수욕장으로 곧장 들어갔다. 수영과 공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놀고서 숙소로 왔다. 저녁에는 술과 고기를 미친듯이 먹었다. 다들 배가 많이 고팠는지 빠르게 음식을 다 먹고, 술이 남아 근처 음식점에서 부대찌개를 추가로 사가지고 왔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얘기하던 중 갑자기 친구 두명이 말싸움을 시작했다. 싸운 이유는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였다. 한명이 별명을 부르는게 싫다고 했는데 다른 친구가 계속 놀려서 싸웠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말싸움은 더 심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닷가로 나가 둘이 몸싸움을 하고, 또 화해했다.


그때 당시 처음에는 둘의 다툼을 신경 안썼지만 점점 섭섭했던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5명이 서로 숨겨왔던 감정을 쏟아내고 또 풀었다. 우리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진 계기가 된 여행이 되었다. 여행 이후 좀 자주 연락하고,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서로 좋은일, 나쁜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축하해주고, 같이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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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장소 중 망상 해수욕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친한 친구들과의 첫 여행, 계획없이 일정을 정하고, 힘들게 이동하여 찾아갔던 여행지, 서로 몰랐던 속마음을 들었던 이 모든 상황이 내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땐 5명이었지만 지금은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간 친구가 빠져 다시는 5명이 함께 할 수 없다. 이 상황으로 인해 더욱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이젠 40살이 되어 서로 늙고, 바쁜 사회생활과 지친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친구가 모이지는 못하지만 망상 해수욕장의 추억으로 우리의 우정은 영원히 함께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