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글을 안 쓴지 어느덧 2주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희한하게 어느 순간 열정이 확 식어버렸다. 6일밖에 지속되지 않은 이 기분을 열정이라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나서, 일주일 정도를 의지박약 상태로 지낸 것 같다. 나는 그 기간에 책을 읽으려 했었는데, 자리에 앉아 책을 펴면 두 장을 채 못 견디고 핸드폰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세상에, 내 의지가 이렇게 약했다니. 대단히 놀랍고 실망스러운 경험이었다.
하긴, 결심을 한 것만으로 지속적인 끈기를 보일 수 있다면 노력이라는 말이 왜 있을까. 당연한 말인데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작심육일이라니... 어중간한 수라서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나의 작심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잘 행동하기 위해서는 잘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있듯이, 끈기 있게 해 나가기 위해서는 나의 끈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내가 의지력이 약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제법 집중하여 읽었던 『불교』의 경우, 내가 원한 내용이 책에 직접 들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이후에 읽었던 책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내용이 배경지식을 필요로 해서, 그 배경지식을 얻으려 읽은 책이다. 그러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때에 느껴지는 효용이 덜했던 것 같다.
둘째, 정신이 다른 일로 산만했다. 이건 나의 성격 탓인데, 나는 내가 참여해야 하는 일정이나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면 다른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준비해야 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도, 찝찝하고 불안한 감정이 마음 한켠에 자꾸만 든다. 내가 무언가 깜빡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다가 내가 놓친 일이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집중이 깨지는 것 같다.
정리하자면, 효용의 부족과 멀티태스킹에 따른 불안감이 끈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효용이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에 느끼는 충족감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효용을 적게 느끼는 이유는 수단이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현재 하는 일과 목표의 연결성에 대해 명료히 인식한다면 효용이 커지지 않을까.
내가 불안해 하는 이유는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을 머릿속에서 정확히 떠올리지 못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목록을 어딘가에 기록한다면 빠뜨리는 일이 없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플래너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플래너의 앞부분에는 나의 큰 목표와 작은 세부목표들을 적고, 뒷부분에는 나의 하루 계획을 두 종류로 나누어 적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과 자발적으로 하려 하는 일로.
앞부분을 읽음으로써 효용을 높이고, 뒷부분에 적음으로써 불안함을 덜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