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입 의향률 25% ‘전혀 없다’… 핵심은 ‘가격’ 아닌 ‘안전성
전기차가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고 가격도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전기차 구매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소비자 비율은 4명 중 1명에 달한다. 이유는 의외로 ‘가격’이 아닌 ‘안전’이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 이후 급락했던 전망치를 회복한 수치다. 당시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이 시장 전반에 퍼지며 성장 전망은 52%까지 떨어졌으나, 1년 만에 18%포인트 반등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나도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비율이 무려 25%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33%보다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정작 내 차로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모순된 심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격’보다 더 큰 장벽이 존재했다. 응답자의 45%가 ‘화재 등 안전성 우려’를 1순위로 꼽았고, ‘가격 부담’은 25%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근본적 불안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막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전기차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9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약 11만 5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보급형 모델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한 확신 없이는 소비자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안전성 트라우마'는 보급형 모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 레이 EV,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등 저렴한 엔트리 모델이 출시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신은 가격이 아닌 '배터리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업계는 이에 대응해 열 폭주 위험이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보급형 차량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정부 역시 배터리 안전 인증제(K-BAS) 도입과 전기차 전용 주차장 소화 설비 기준 강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섰지만, 소비자 심리를 바꾸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해 청라 화재 사고가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시켰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인식의 변화’를 야기한 사건이었던 셈이다.
전기차 시장은 기술 발전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복해야 할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있다. 바로 소비자의 안전 불신이다.
가격 인하와 친환경 이미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 심리적 장벽은,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뢰 회복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병행될 때에만 허물어질 수 있다. 전기차의 진정한 대중화는 기술이 아니라 ‘믿음’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