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식 쉐보레 트래버스, '감가 폭탄'
대형 SUV 시장에서 한때 존재감이 미미했던 쉐보레 트래버스가 중고차 시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고 있다.
2020년 국내 출시 당시에는 팰리세이드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현재는 신차 가격 대비 60% 이상 하락한 시세로 ‘실속형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식 쉐보레 트래버스는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1,500만 원대 후반부터 1,900만 원대 초반까지 다양한 매물로 포진돼 있다.
AWD 프리미어 등 상위 트림도 1,700만 원대에 거래되며, 주행거리가 적은 모델도 2,000만 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신차 시절 5,000만 원에 육박했던 가격을 감안하면 ‘감가 폭탄’이 현실화된 셈이지만, 이는 중고차 구매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트래버스의 전장은 무려 5,200mm, 휠베이스는 3,073mm에 달한다. 경쟁 모델인 현대 팰리세이드(전장 4,980mm)보다 크고, 3열을 모두 펼친 상태에서도 651L에 이르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제공한다.
실내공간을 중요시하는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는 이 압도적인 크기가 핵심 매력으로 작용한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3.6L 자연흡기 V6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m를 발휘한다.
이는 팰리세이드의 3.8L 엔진(295마력, 36.2kg.m)보다 수치상 우위에 있으며, 2톤이 넘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충분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고속도로 주행 시의 정숙성과 미국 SUV 특유의 주행 질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트래버스의 상품성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프리미어 트림조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져 있고, 1열 통풍 시트 및 2열 열선 시트도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돼 편의사양 면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이로 인해 출시 초기 흥행에는 실패했고, 연간 판매량은 2020년 4천 대에서 2024년 1천 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트래버스는 신차 시장에서는 옵션 경쟁에서 밀려난 모델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합리적 대형 SUV’로 재평가되고 있다.
국산 준중형 SUV 신차 가격으로 미국산 7인승 대형 SUV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특히 장거리 여행이 잦은 4~5인 가족이라면 넓은 3열 공간과 강력한 엔진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브랜드 이미지나 첨단 사양보다 공간과 주행 성능에 집중한 소비자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2020년형 중고 모델을 통해 1,000만 원대 중후반 예산으로 팰리세이드보다 더 큰 수입 대형 SUV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지금, 트래버스는 ‘감가 상각의 희생양’을 넘어 ‘패밀리카 역주행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