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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빈 Sep 14. 2024

1화 : 두근두근, 앞으로 다닐 회사를 처음 가보다.

인생 제2막, 여긴 일본인가 한국인가? (1화)

2021년 8월 7일.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고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귀국하였다.

밤 비행기이다 보니 당시 자정에 인천에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승객들은 총 좌석 수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게이트에 멈추고 엔진이 꺼지고 좌석벨트 표시등이 완전히 꺼졌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인천공항에서 반가운 한국어 표지판을 보며 입국 심사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보니,

그제서야 인천에 도착한게 실감 되었다.


인천 공항에서는 수많은 직원들이 코로나19 관련하여, 휴대폰으로 건강 이상 유무와 자택 주소, 연락처 등을 등록하는 것에 대해 확인하고 있었는데, 당시 나리타에서 휴대폰 충전을 하지 못하여 인천공항에 들어온 시점에서는 이미 휴대폰 배터리가 맛이 가고 말았었다.


"제가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그런데, 충전 좀 해도 될까요?"

공항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충전기를 가지고 와서 내 휴대폰을 충전시켜 주었다.

다들 피곤에 쌓인 눈빛이었다.

하긴 24시간 계속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스케줄 근무란 쉽지 않지.

(그 마음은 나도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그렇게 공항까지 마중 나와주신 부모님 차를 타고,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게 되었다.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 나는 회사 근처의 자취방을 알아보기 위해 3시간 30분을 운전하여 평택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평택에는 방이 많지 않았다.

당시 평택은 삼성전자 고덕 캠퍼스 증축 공사로 인한 공사 인부들로 인해, 직방 다방과 같은 곳에 올려놓은 오피스텔과 원룸은 이미 계약된 지 오래였고, 발품을 팔아 평택의 한 곳의 꽤 넓은 오피스텔을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계약했던 오피스텔 (2021년 8월)



처음으로 본 인생 제 2막 회사


헌데, 내가 다닐 회사는 괴연 어떻게 생겼을까? 이게 정말 궁금했다.

면접 당시 나는 일본에 거주했던 특이점 때문에, 최종면접까지 화상으로 진행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회사를 방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 인사담당자님께 미리 연락드려,

앞으로 다닐 회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입사 전에 회사에 한번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연락 드렸다.


내가 계약한 오피스텔로부터 차를 타고 40분 정도 더 시골로 들어가면 나왔던 외국계 기업 공단 단지 안에 있었던 회사였다.


회사 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보니, 게이트가 막고 있었고, '오늘 방문하기로 한 임유빈입니다'라고 말 한 후에야 게이트를 열어 주었다.


보안실 옆 외부인 대기실에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화상 면접으로만 뵜던 인사 담당자님이 와이셔츠 위에 사원복을 입으신 모습으로 찾아오셨고,

그 분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임시 출입증을 받고,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 내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오우, 유빈 씨, 생각보다 키가 되게 크네요? 면접 때는 그렇게 안 보였었는데"


항상 들었던 얘기였다.

앉은 키가 항상 작았기에, 일어서면 다들 '생각보다 의외로 키가 크다'라고 하시더라.


당시 다녔던 회사의 1동 건물 모습 (보안 상 모자이크 처리)

안전이 최우선!


그렇게 두근두근 설렘과 함께 인사담당자님을 따라 회사 건물동을 들어갔다.

사내 횡단 보도를 건너는데, 인사담당자님꼐서 손가락으로 좌우앞을 가리키며 '좋아 좋아' 라고 말씀하시는게 아니겠는가?


"유빈 씨,
우리 ㅇㅇ 그룹은 안전에 굉장히 민감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사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항상 이렇게 지적 확인을 하곤 해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안전에 대해 엄격한 회사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인사담당자님을 따라 갔다.


당시 사내 횡단보도에 설치된 지적 확인 표지판 (네이버 지도 사진 발췌)


건물에 들어서고, 보안 출입구에 출입증을 한번 더 태그하고 사내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신기하게도 사내 실내화가 굉장히 편한 슬리퍼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여 식당동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 식당 동으로 들어갔다.

당시 식당 동 한 켠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전용 사내 커피숍으로 향했다.


사내 커피숍은 굉장히 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시 1,500원이었으니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실제로 입사하고 나서도 하루에 3잔 씩 마셨었는데, 그렇게 마셔도 스타벅스 한잔 가격과 맞먹는 곳이었으니 이 얼마나 좋았던가. 싶었다.)


인사담당자님께서 내 커피를 사주시고, 4층 양**이라고 하는 회의실로 향했다.

일본에서 화상 면접 봤을 때 면접관 분들이 앉아계셨던 그 장소였다. 실제로 이곳을 보니 새삼 신기했다.

"어? 여기 제가 화상 면접봤던 그 장소죠?"
"네~! 바로 그 장소가 맞습니다."


인사 담당자님께서는 앞으로 일하게 될 부서와, 간단한 회사 소개를 시켜주셨다.

그룹사의 역사와, 현재 회사의 주요 사업에 관한 내용들 등등, 친절하게 소개 해주셨다.

30분 정도 소개를 듣고, 내가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물어보고, 자리를 일어났다.


나는 일본에 살았던 특이성 때문에, 면접 당시 특별히 화상 면접으로 대신했었다.

그렇기에 면접 당시 뵜던 분들을 실제로 보진 못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내가 면접 때 뵜던 분들은 누구일까? 사무실에 계시려나..?'


당시 나와 같이 일하게 될 면접관 분들을 비롯한 부서의 선배 분들을 뵙고 미리 인사 드리고 싶었지만,

사내 보안 규정 상 사무실은 방문할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 받았던 신입사원 웰컴 패키지 선물 (2021년)



낯익은 이름


집으로 돌아와 9월 1일 입사일을 기다리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과 함께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댁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외할머니를 뵈니 너무나 반가웠다.

"유빈이 일본에서 일하다가 돌아왔어?"


당시 90세를 바라보시던 나이셨지만, 나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계셨다.


외할머니 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던 때에 아빠가 날 부르시더니 얘기하신다.

"유빈아 너 전 회사다 저기"

나는 낯 익은 하나의 현수막을 보고야 말았다.

'ISEKI 상주 대리점'이라고 적혀있는 현수막.


아 한국 대리점도 있었구나.

(사실 한국 동양농기에서 수입해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이 로고를 보니 반가운 마음은 감출수가 없더라.)


퇴사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그래도 그립더라.


일본에서 다녔던 전 회사의 한국 대리점 현수막 (2021년)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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