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2막, 여긴 일본인가 한국인가? (2화)
2021년 9월 1일,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인사 담당자님께 회사 셔틀버스 시간과 타는 곳을 연락받고, 6시 55분 경 송탄 역 정류장에서 셔틀을 탔다.
당시 셔틀 버스 내에 사람들은 절반 정도 탔었고, 40분 정도 시골길을 달려 7시 35분 경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 업무 시작 시간은 8시였기에, 나는 방문자 대기실에서 인사 담당자님을 기다렸다.
8시가 되어 인사 담당자님을 뵙고,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 회사 내에 들어가 근로계약서와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회사 유니폼을 지급받아 5층 사무실로 가게 되었다.
내가 근무할 사무실까지는 긴 복도를 통해 조금 들어가야 했었고, 그곳에서 20명 가량 되는 부서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일본계 회사답게, 사무실 공간은 칸막이가 없는 곳이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일본 현지 회사 역시, 사무실은 칸막이가 없이 바로 옆에 다른 직원들이 앉아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호렌소 (보고, 연락, 상담 의 일본 기업문화 줄임말)를 철저히 하기 위한 전형적인 기업 문화라고 한다.)
부서 사무실은 정말 조용했다. 조용했다기 보다는 고요했다.
예전에 다녔던 홋카이도 회사와 비교해보면 완전 반대의 느낌이었다.
홋카이도 회사 당시 내가 배치되었던 농업 시설 부서 사무실은 1층에 단독으로 위치해 있었기에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언제나 스몰토크가 오가고 서로 농담도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총무나 인사 등, 시설 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가 함께 쓰던 2층 사무실은 정말 적막 속의 고요함만 느껴지던 곳이었는데, 이번 사무실 분위기가 딱 그 느낌이었다.
당시 한국인 파트장님과 일본인 팀장님은 두분 다 재택근무였기에 인사를 못 드렸다.
나와 함께 일하게 될 파트의 선배들 2명과 인사를 하고, 앞으로 일하게 될 자리에 잠시 앉아서 기다렸다.
한 명은 이제 마흔이 되신 분, 한 명은 나랑 3살 정도 차이가 났던 경상도 형.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 내에서 서무를 담당하시는 여자 분께서 그룹사 메일 계정과 사내 신입사원 등록 절차 등을 도와주셨고, 사내 IT담당 부서에 들러, 개인 노트북이 나올 때까지, 임시로 잠시동안 쓸 HP 노트북을 받아 왔다.
앞으로 할 일은?
나는 당시 제품을 신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의 기술 영업 파트로 들어가게 되었다.
휴대폰 신 기종, 자동차 신 차종들이 나오면 그에 맞는 소재를 일본 본사, 생산 거점인 중국, 베트남 거점과 함께 개발하여 양산 단계까지 이끌어 나가는 부서였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보면, 국내 고객사와 해외 고객사 생산 거점 및 해외 생산거점 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부서의 업무였다.
평가실, 신뢰성 보증 부서와 협업하여 신뢰성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고객사 엔지니어 측에서 특정 요구 (Spec 상향화, 개발 Sample 품질 불량, 신사양 관련 개발 제안 건 등)가 들어올 경우 그에 맞는 기술적 대응을 위해 일본 본사와 회의하기도 하고, 향후 개발 평가의 스케줄을 계획하는 등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초반에는 평가실에서 현미경을 다루는 방법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고, (당시 현미경은 2000x 이상의 줌은 거뜬하게 당겨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불량 확인도 기본으로 가능한 수준의 현미경이었는데, 10마이크로미터라면 사람의 적혈구 한개 크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러 광학 분석 장비들을 다루는 법, 장비 분석 결과를 데이터화하여, 경향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고객사에 보고하는 스토리를 계획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요샌 제네시스부터 캐스퍼까지 거의 모든 차량들에 계기판, 사이드보드 등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는 추세이기에 전세계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개발 시점부터 휴대폰 신 기종, 자동차 신 차종들의 디스플레이 형태가 대략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알고 있을 정도였다.
현미경을 다루다보니, 당시 꽤나 흥미롭고 재밌었기에, 취미용으로 조그마한 현미경을 하나 사서 자취방에서도 궁금한 것들을 보곤 했었다.
전 회사가 생각날 때마다 다시 들었던 노래들
지금은 퇴사한 시점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회사가 특이하게도 출근 송, 점심 송이 있었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점심 때는 노래를 틀어주지 않았고,
출근 시간대인 7시 20분 경부터 7시 40분 정도까지 Grand March (개선 행진곡), Unter dem doppeladler (쌍독수리 행진곡), Light cavalry Overture (경기병 서곡) 등 여러 행진곡들을 틀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오케스트라 행진곡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즐거운 출근길이었다.
이후 얼마 안되어, 유행하는 가요, POP송으로 바뀌긴 했지만..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가 매일 나왔었다.)
7시 40분이 되면 회사 사무실 전체에 국민체조가 나오고, 팀장, 파트장 할 것 없이 모두가 국민 체조를 한다.
(일본 회사에서도 라디오 체조라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체조 비슷한 것이 있었다.)
정확히 8시 정각,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는 13시 정각이 되면 업무 시작 알림음으로 클래식 노래가 하나 흘러 나왔었는데, Divertimento D Major No.17 (K334) 라는 곡이었다.
가끔 전 회사에서 지냈던 생활들이 새록새록 생각 날때면 피아노로 치곤 한다.
다음 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