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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Oct 14. 2021

마흔이 되어 만난 월경 없는 세상

평생 빈혈로 고생했던 차에 만난 '미나'는 어찌 보면 나의 구세주였을지도 모른다.


"이건 피가 아니네, 물이야 물. 아니 어지러워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오랜만의 건강검진 후 받은 결과 빈혈 수치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마침 산부인과 진료도 본 김에 추천받은 호르몬 루프 미 시술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치료방법이었고, 또 나이가 들며 생긴 자궁의 작은 물혹도 함께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적응기간이 지나 미나의 가장 큰 장점인 무월경이 내게도 찾아왔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약간의 생리통이 느껴지는 것 외에는 다른 증상은 없었다. 시술을 받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걸 왜 이제야 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난 너무 만족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월경을  하며 느꼈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생리통은 기본이고 생리대 값만 해도 얼마가 들었는지.  딸이 있는 집은 아마도 더 할 것이다. 우리 친정 엄마러셨다. 딸 둘 결혼시키고 나니 생리대 값 안 나가서 너무 좋다고.

한 달의 한번, 그 기간을 치지 않는 삶의 질은 단연코 높다 말할 수 있다. 어떤 운동도 할 수 있고 어디도 갈 수 있다. 바지나 이불에 생리혈이 새어 나오는 참사도 일어나지 않다.


그러나 가끔은 , 한 달에 한번 아주 끙끙 앓고 난 뒤의 그 개운함이 그립긴 하다. 월경 기간이 끝나고 난 뒤의 그 상쾌함은 여자만 알 수 있는 말끔한 기분 아닌가.


이 좋은걸 왜 마흔이 넘어서야 했을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은 좀 때가 있기 마련. 출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월경이라는 것이 지긋지긋 해졌을 마흔 무렵이 어쩌면 내게는 딱 적당한 나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십 년 후에는 폐경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월경을 할 때가 좋았다는 친정 엄마의 그리움이 내게도 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스스로 월경을 중단할 수 있는 이 선택권이 주어지는 사십 대란 나이가 나는 좋다. 출산도 생리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랑스러운 나이가.



사진/ 화 '아워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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