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점심시간에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을 둔 차장님과 과장님들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중 인상깊은 이야기 중 하나는 대체로 아이들이 욕심이 없고, 못하는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뭔가를 열심히, 구태여 애써서 얻기 위해 뭔가 노력을 하지 않다는 것.
그러고보면 꽤 고수익의 연봉을 받는 양부모님 밑에서
아빠와 엄마가 각각 3년씩 번갈아 육아를 한 후, 7살이 되어서야
가까운 곳에 사는 할머니나 이모에게 맡겨져 무난한 어린시절을 겪고,
원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다 해주고,
일년에 몇번의 해외여행과 주말마다 국내 여행을 다니는 가정의 아이들이
뭘 더 필요로할까 싶었다.
"애들이 욕심이 없어."
"우리 애는 자기껄 그렇게 나눠줘요. 그러지 말라고 해도."
"결핍이 없어서 그래."
언제든지 원하면 가질 수 있고(할머니가 계신 경우엔 특히 더)
언제든지 찾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배가 고파본 적이 없으며
당연히 부모님이 돈이 없어 뭔가를 못해준 것이 없다.
'힘듦'이라던가 '어려움'이라는 걸 겪어보지 않은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
고민이라고 한다면
하기 싫은 수학 숙제를 엄마가 다그치며 시킨다는 것
(물론 그것도 많지 않다.)
결핍이 없는 것.
저금을 하지 않아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절로 이루어지는 걸 어린 시절부터 쭉 체득한 사람의 삶에서
어느 순간 겪게 될 어려움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랑을 가득 받아본 사람들은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잘 되게 마련이라고,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나도 때때로 무너지지만
빠르게 회복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을 많이 받긴 했다.
다행이다. 참. 마음 굳게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