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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직장인 Nov 03. 2024

나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빠'가 되다.

완벽히 준비된 때는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빠가 되었다.

아니 그 이전에 

나를 해결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다.


이런 감정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돈이야 원래 부족했으니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저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되었다.


나를 모르는 이들은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묻겠지.


하지만 자기 자신을,

그리고 삶을 치열하게 고민한 이들은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그것,

자신의 것을 해결하지 못한

그 미숙한 상태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지...


그렇다.

어쩌면 삶의 내공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작해야 마흔 살,


그러나 

모든 기록은

그 순간, 그 상황에 따라

적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렇다.

지금의 감정은 

해결하지 못한 채로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 녀석을 만나


온전히 지금의 축복에

감사하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하는 것만 같다.

미안함과 복잡한 감정이 

한데 섞여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여기에 있을 것.


항상 저 뒤로,

항상 저 멀리로 

달아가려는 내 마음을,


늘 부족하고

늘 미완성이라고 여기는

이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기 위해.


나는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고

나는 사랑하는 아들의 아빠이다.


나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두렵지만,


이 또한 멀리 보면

내 삶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기록한다.

그래서 나와 대화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나는 나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나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며


내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축복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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