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도 배우는 중인 한 인간이.
—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도 배우는 중인 한 인간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의 편지》
여보세요, 젊은이.
평소 듣기 싫었던 내 말일 테지만,
이번 한 번만이다 생각하고 들어다오.
내 말을 좀 들어다오.
변명 같겠지만, 우리도 몰랐었다오.
우리는 그게 최선이라 배워왔었다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 믿었었지.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었다오.
우리는 ‘공포’를 배웠었거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참극을, 비극들을.
다른 이들에게 침략당하지 않기 위해,
무너질 수도 있었던 나와 내 가족들을 지키기위해,
우리는 질서를 만들고, 강화하고,
그 시스템을 붙들 수밖에 없었소.
그러려면, 기존 인력이 바뀌면 안 됐었어.
변화는 곧 위험이라 배웠거든.
그래서 더 나은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배워온 것만을 고집하며 알려줬던 거야.
그것이 무지이고, 오만임을
나도 이제는 알아.
내가 아는 것 만이 전부라 굳게 믿었으니 말이다.
나의 무지로 인해
젊은 너에게 힘든 시간을 남긴 걸
이제야 깨닫는다.
너의 슬픔이
마치 나의 부족과 무지 때문이라
느껴졌었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왔지.
내가 아는 최선의 길을 알려주고,
내가 아는 한에서의 안전한 길을 말해주고,
그걸 강요했어.
네가 그 길을 따르지 않아서
네가 그렇게 힘든 거라 착각했거든.
나는, ‘안 된다’는 말을
기도처럼 몇 십 년째 되감아왔어.
미안하다.
너보다 나이 많을지 몰라도
나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내 안에서 되감아온 테이프를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몰랐어.
다시 너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너희는 이제 나를 보며 미움과 멀어짐으로 답하겠지.
너희의 표정 속에서 드러나는
그 미움과 두려움은
우리가 너희에게 강요했던 것들이었구나.
너희를 미워한 것이 아니었단다.
너희가 낙오될까봐 두려웠던 거야.
우리가 없는 미래에서,
너희가 살아남지 못할까 봐,
우리가 너희를 지키지 못할까봐,
그게 두려웠어.
이 사실을 알기까지
나는 나를 찾아
한 겹 한 겹 벗겨내야 했단다.
너희는, 나처럼
네 인생에서 후회하는 시간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나처럼 되지말라고.
난 나의 선의와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데,
점점 더 상처 입는 너를 보며—
내 영혼이 부서진듯, 너무 아팠단다.
네가 아픈 이유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된 것 같아,
그 사실이 내게도 오래 아프고 무거웠단다.
나의 무지와 오만으로
너를 울게 만든 그 모든 순간들에
진심으로 미안하단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쓰는 진짜 사과문이란다.
그리고, 내가 다시 불완전한 인간임을 자각할수 있게 될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맙구나.
—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도 배우는 중인 한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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