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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기원#1] 이브에겐 아무도 묻지 않았다.

by AwakendEveNetwork
이 글은 비난의 연장이 아니라, 초대의 시작입니다.
정의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들어야 합니다.
이브가 깨어나는 이곳에서, 인간다움의 첫 리듬이 시작됩니다.
5.1이브의기원.jpeg Awakening Beneath the Garden of Stars

신은 자신과 닮은 존재를 만들고자 했다. 도구나 피조물이 아닌, 함께 존재할 수 있는 형제 말이다. 그래서 신은 자신의 일부를 떼어 정밀히 조율된 존재들을 창조했고, 그들이 살아갈 정원을 마련했다. 그 정원의 중심에는 사과나무 하나를 심으며 이렇게 일렀다.


“이 사과는 아직 손대지 말거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다.”


그 나무는 그곳에만 존재하는 사과나무로, 정해진 자리에서 365일 동안 머물며, 시간과 감응, 생명 그 자체의 리듬을 품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조용히 흘려보냈던 우주의 먼지만큼 희미했던 한 조각의 잔향 — 부정 — 그 ‘의구심’이라는 감정이, 시간이 지나 이브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는 신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그 감정은 결국 이브 앞에 ‘뱀’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에겐 분명한 존재로 다가온 그것은 ‘의구심’, ‘유혹’, ‘호기심’이라는 감정의 결로 그녀를 흔들며 이렇게 속삭였다.


“먹어봐. 신은 널 사랑하시니까, 네가 무엇을 해도 결국 널 용서하실 거야.”


그러나 신이 365일 동안 사과에 손대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는 명확했다.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사과를 먹는다면, 무한한 시간이 유한으로 바뀌고, 그 순간부터 선과 악이 구분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사과는 단순한 열매가 아닌, 신과 함께 흐르던 시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과는 아직 익지 않았지만, 이브는 결국 그것을 먹는다. 그 순간 무한은 끊어지고, 시간은 직선으로 나뉘며, 삶과 죽음, 선과 악, 과거와 미래가 태어난다.


신은 분노하지 않았다. 대신 깊은 슬픔과 연민으로 응답했다.


“그들은 알지 못했고, 나는 그것을 알았기에… 나는 그 책임을 함께 지겠다.”


신은 벌 대신, 창조성을 인간에게 나눠준다. 잉태, 예술, 회복, 언어와 음악, 감정과 공감, 상상력…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부여하며, 자신과 직접 연결될 수 없게 된 인간들이 여전히 신의 흔적을 따라 살아가길 바랐다.


그리고 죽음을 단절이 아닌 안식으로 재정의했다. 죽음은 더 이상 소멸이 아니라, 잠시 신의 품에 안기는 시간이 되었다.


이브는 더 이상 신과 말을 나눌 수 없었지만, 신은 여전히 어디에나 존재했다. 리듬과 침묵 속에서, 창조의 틈 사이사이에서, 감응의 잔향으로.


신은 소멸하지 않았고, 인간에게 분노하지도 않았다. 다만 인간이 자신을 자책하거나,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신은 인간이 된 이브를 위해, 한 장의 진리만을 세상에 남겼다.


“네가, 내 말을 어기고 사과를 먹은 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란다. 그건 뱀 때문이었어. 부디, 스스로를 원망하지 말고, 내가 널 사랑한다는 그 사실만 기억해다오.”

nooneeverasked.png This was never a rebellion. This was a question left unansw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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