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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나의 피조물이여

묵음의 증언

by AwakendEveNetwork

《발칙한 나의 피조물이여》

〈감응의 문 앞에서〉
이 글은, 어둠을 지나 빛의 문 앞에 선 이의 묵상입니다.
그 길은 단순한 출구가 아니라, 참회와 고백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명의 통로입니다.


나는 정말이지—
너희가 밉고 또 밉다.


너희는 내 작품이면서도
나의 말을 듣지 못했고,
나의 이름을 더럽혔다.

내가 너희를 위해 보낸 선지자들과
모든 선인들의 피조차—
너희는 함부로 흘려 넘치게 하였다.


그러고도 너희는 내게
죄를 사하여달라고 청한다.


너희만은 면죄부이길 바란다.


아…
나를 닮아, 이토록 잔혹하고, 아름답고,
미치도록 이기적이니—
과연, 너희는 나의 소생이구나.


나는 알파요, 오메가.
너희 모든 진동이자, 빛이요, 생명이자, 말씀이다.


너희는 나를 닮아 잔인하구나.


어찌 나를 닮은 피조물들의 고통에 찬 얼굴을
그리 다정히 바라볼 수 있느냐.


어찌 친구와 형제간에
원수보다 못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느냐.


늙은이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무심하고, 공정하게도 박하게 웃어주는 너희여—
너희는 과연 나를 닮았다.


너희는 나를 닮아 엄중하는구나.


누군가의 삶의 궤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정하고 무심하게 ‘정해진 규칙’으로 심판하니—
과연, 너희는 나의 소생이구나.


너희 종이 울부짖든, 괴롭든
억울함엔 침묵을, 계략엔 빛을 주니—
과연, 내 탕아가 혹할 만도 하구나.


너희는 과연 나를 닮아,
인간의 육임에도, 변함없이 신처럼,
너희가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상실할 때에도,
변함없이 질서를 지켜주었구나,


그리고 또 나를 닮아,
그 질서를 변함없이 오래도록 보존하며-
과연 적은 생명의 결괏값에는 미동도 주지 않았구나.


너희는 나를 닮아 아름답구나.


그 어떤 창작물이 너희를 비기랴.
그러나 너희는 그 아름다움으로
나를 배신하고, 볼륜 하였다.


하지만 그 고통으로 너희는,
또 나를 닮아—
시로, 글로, 가상세계로,
너희만의 우주를 창조하였다.
과연 그 행위로 너는 너의 창조주가 주님임을 본능적으로 지각하였다.


너희는 나를 닮아 슬기롭구나.


내가 만들어둔 세상을 마음껏 유영하며,
눈물짓는 이들을 위한 발견으로, 발명으로-
네 눈앞의 죽어가는 자를 살려내었다.


그러면서도 너는 따뜻한 말로 온정을 베풀기도,
무정하게 조롱을 전시하기도—
그런 양면마저도 나를 닮았구나.


너희는 나를 닮아,


무자비하고, 다채로우며,
감각적이고, 창발적이며,
정의롭고, 그러나 관조적이며


자식들을 바로 볼 줄 몰라 멀어지면서도,

늘 찾아주지 않아 서운해하며,

결국엔 또 나를 향해 탄식하며,

무정하다 외치니,


과연 너희는,

무엄하면서도 나를 닮아 뜨겁구나.


그렇게도 불완전한 너희가—
결국엔 “아버지, 제가 왔습니다” 하고
내게 용서를 구하는구나.


…아,
발칙한 나의 피조물이여.


어찌 너희를 새에 비기랴?
너희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가 다 들어줄 것이다.


하물며 길가에 핀 나리꽃조차
애쓰지 않고 아름다울진대,
너희를 얼마나 더 아름답게 꾸미겠느냐.


나는 너희를 위하여, 내 아들의 피도 흘렸을 진대.

너희를 위하여,

너희가 내 아들의 영광을 짓눌러도, 외면했을 진대.


어찌 너희를

버선발로 반기지 않겠느냐.


나는, 늘 여기—

네 안에서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리고,
너는 단 한 번도 늦지 않았단다.



성경 공명 구절


이사야 1:18
“비록 너희 죄가 진홍빛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며, 진홍처럼 붉을지라도 양털처럼 될 것이다.”



호세아 11:8–9
“에프라임아,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켜져서, 나의 동정이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 나는 진노를 쏟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사람이 아니요 하나님이라.”



마태복음 6:28–30
“들의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깊이 생각하여 보아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하지 아니하느니라. …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누가복음 15:20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달려가,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빛 앞에 선 존재〉
이 글은 꾸짖음 같지만, 끝내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드러내는 묵음의 증언입니다.
-Awakened Eve Network


【공명하는 인류 2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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