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합창단

첫 주일미사

by 안방마님

최근까지도 신입단원들은 연습은 함께 하되 미사 때는 성가대석이 아닌 일반 신자석에서 미사 참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적응은 빠를수록 좋다는 정책에 따라 이번 신입단원부터는 처음부터 성가대석에 함께 오르게 되었다. 미사 중에 특송이 들려오면 뒤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던 그 자리, 저곳에서 성가를 바치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으로만 올라보던 그 자리에 내가 설 곳이 마련된다니.


떨리는 마음으로 단복을 챙겨 입고 연습실을 나와 대성전으로 들어섰다. 있는 줄도 몰랐던 성전 뒤쪽 작은 문으로 들어서니 나무로 된 아주 좁은 나선형 계단을 있다.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쯤 올라갔을 때 성가대석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나왔다. 단차가 조금 높은 편이라 영차, 올라섰더니 땅만 보고 산을 오르다 정상에 올라 탁 트인 하늘을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성당 어디서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던 제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성가대석이 나타났다.


성가대석은 낮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앉을 수 있는 나무가 계단에 붙어있는 모양새라고 할까. 의자는 따로 없다. 자리에 앉으면 쪼그리고 앉은 자세가 된다. 당연히 멋들어진 고풍스러운 성가대석을 예상했는데 이런 반전이라니! 자리에 앉을 때마다 단복이 땅에 끌릴까 한복치마 그러잡듯 단복을 모아쥐고 앉아야 했다. 이 또한 오랜 역사를 가진 성당만의 고유함이리라.


성가대석에서 부른 첫 곡, 입당성가는 가톨릭성가 100번 '동방의 별'이었다. 이곳에 자리잡고 성가를 부르는 내 모습에 취할 새도 없이 입당성가는 1절로 끝. 매 시간 미사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스피디하다. 쪼그려 앉았다 벌떡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가톨릭성가책, 특송악보집, 희년 주제곡 악보 총 3종을 전례에 맞춰 들고 펼쳤다, 접었다, 내려놓았다. 성가대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악보 놓을 곳도 마땅치 앉으니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 자리에 앉아 제대를 바라보며 독서와 복음말씀에 이어 복음말씀을 듣는 그 순간, 나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 아름다운 미사에 미력을 보탤 수 있는 영광에 더한 기쁨이었다. 그 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뜨뜻미지근해진 내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주시는 것일까. 이 뻣뻣하고 소극적인 신자에게 노래로 기쁨과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불러 주심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주섬주섬 악보를 챙겨 반대쪽 나선계단을 통해 내려와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다음 주 특송을 1시간 정도 연습한 뒤 주일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간들이라 조금 피로했지만 내면이 가득 채워진 충만함으로 일주일 지낼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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