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에서 예수님이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셨다는 이야길 참 좋아한다.
#2
그리고 바다 위에서 폭풍우가 쳐서 두려움이 벌벌 떨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걸어 두려워 말라고 하셨던 이야기도 참 좋아한다.
#3
어렸을 땐, 이 두 이야기가 각각의 이야기로 마치 슈퍼 히어로(?) 무비 같은 짜릿함을 주는, 그런 사건이었다.
#4
몇 해전인가, 운보 김기창 선생의 '예수의 생애'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두 이야기가 시간 차가 거의 나질 않는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오병이어의 기적이 저녁 시간 이야기이니,
밤에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두려웠다는 이야기는 반나절도 안 지난 이야기이리라.
#5
그러니깐, 다시 말해,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보고도
몇 시간이 안 지났음에도 파도에 덜덜 두려움에 떠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6
이 이야기가 참 좋은 이유는
인간은 다 비슷하다는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감사하면서도 두렵고
안심하면서도 의심하는
그런 인간의 나약함.
#7
다침과 회복을 반복반복
두렵고 감사하며 자꾸 두터워지는 마음의 흉터가
결국 단단한 나로 만들어질 거라는
그런 막연한 든든함에 대한, 이 이야기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