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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내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

by 류임상

#1

성경에서 예수님이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셨다는 이야길 참 좋아한다.


#2

그리고 바다 위에서 폭풍우가 쳐서 두려움이 벌벌 떨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걸어 두려워 말라고 하셨던 이야기도 참 좋아한다.


#3

어렸을 땐, 이 두 이야기가 각각의 이야기로 마치 슈퍼 히어로(?) 무비 같은 짜릿함을 주는, 그런 사건이었다.


#4

몇 해전인가, 운보 김기창 선생의 '예수의 생애'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두 이야기가 시간 차가 거의 나질 않는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오병이어의 기적이 저녁 시간 이야기이니,

밤에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두려웠다는 이야기는 반나절도 안 지난 이야기이리라.


#5

그러니깐, 다시 말해,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보고도

몇 시간이 안 지났음에도 파도에 덜덜 두려움에 떠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6

이 이야기가 참 좋은 이유는

인간은 다 비슷하다는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감사하면서도 두렵고

안심하면서도 의심하는

그런 인간의 나약함.


#7

다침과 회복을 반복반복

두렵고 감사하며 자꾸 두터워지는 마음의 흉터가

결국 단단한 나로 만들어질 거라는

그런 막연한 든든함에 대한, 이 이야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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