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인가, 절도인가—그 질문 너머

빌보드 Suno 커버스토리를 읽고

by 류임상

#1. 산업이 두려워하는 것


빌보드는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Suno를 '음악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회사'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등장했던 15년 전과 비교하면서도, '그보다 더 논란이 크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그 이유를 기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Suno could disrupt music consumption, like Napster and Spotify once did. But it's also doing something different: disrupting the sacred act of creation itself." — Billboard, Suno Cover Story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것과 창작 행위 자체를 건드리는 것—이 두 가지는 차원이 다른 위협입니다. 냅스터는 '이미 만들어진 것'의 유통을 무너뜨렸습니다. Suno는 '만드는 행위' 자체를 자동화하려 합니다. 작곡가, 세션 연주자, 프로덕션 음악 종사자들이 평생 쌓아온 기술이 기계의 프롬프트 한 줄로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그것이 지금 이 산업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공포가 부분적으로는 잘못된 곳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창작의 신성함'을 위협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은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출 뿐입니다.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창작의 가치가 희소성에서 오는가, 아니면 선택과 의도에서 오는가.


#2. '최대 절도'라는 언어, 그 너머


덴마크의 음악 저작권 단체 Koda CEO 토미 아릴센은 Suno의 무단 학습을 공개적으로 규탄하였습니다. 빌보드는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합니다.


"Arildsen called the move 'the largest theft in music history.'" — Billboard, Suno Cover Story


'역사상 최대 절도.' 강렬한 언어입니다. GEMA의 추산—2028년 독일·프랑스에서만 창작자 수익의 27%가 위협받는다—을 보면 이 분노는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유니버설·소니·워너의 5억 달러 소송도 허풍이 아닙니다.


그러나 같은 기사에서 저는 다른 장면을 함께 읽습니다. 2025년 11월, Suno는 워너 뮤직과 합의에 이릅니다. 기존 모델을 폐기하고, 옵트인한 저작권만으로 학습한 새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조건으로. '역사상 최대 절도'가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새로운 수익 분배 구조로 귀결된 것입니다. 이것이 이 산업의 실제 작동 방식입니다. 소송은 협상의 시작점입니다. 분노의 언어는 정당하지만, 그 언어가 최종 목적지가 되어선 안 됩니다.


더 불편한 진실은 이것입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외치는 메이저 레이블들이 동시에 Suno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Hallwood Media는 Suno의 시리즈 C에 직접 참여하였고, 그 자리에서 AI 아티스트 자니아 모네(Xania Monet)를 300만 달러에 영입하였습니다. 절도라고 말하면서, 그 절도범의 지분을 사는 것—이 모순이 지금 이 산업의 민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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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곡 캠프에서 본 것—90%와 10%의 진실


빌보드 기자는 그래미 주간에 열린 Suno 작곡 캠프에 직접 참가하였습니다. 팀발랜드, 옴마스 키스 같은 탑 프로듀서들이 Suno를 어떻게 쓰는지를 현장에서 목격하였습니다. 그들은 수십 번 프롬프트를 돌렸고, 마음에 드는 버전을 '참조용 스케치'로만 삼은 뒤, 실제 곡은 스템 단위로 처음부터 다시 녹음하였습니다. 최종 결과물의 약 90%는 사람의 연주와 보컬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두고 기사는 두 가지 시각을 병치합니다. 낙관적으로는 'AI가 영감을 촉발하는 공동 작곡자'이고, 냉소적으로는 'AI 썼다는 사실을 숨긴 채 아이디어만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이 병치가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지금 Suno가 프로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방식은 '대체'가 아니라 '소재 조달'에 가깝습니다. 수십 번 프롬프트를 돌리는 것—그것은 이미 큐레이션입니다.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참조로 삼을지 결정하는 과정. 그 판단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1만 시간의 귀가 필요합니다.


#4. '스크롤 피로'를 팔지 마십시오


Suno CEO 미하일 슐먼은 빌보드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비전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Endless scrolling and passive consumption have flattened culture and reduced people's taste to a homogeneous, lowest common denominator. People yearn for more, and the future of consumer entertainment is creative." — Mikey Shulman, Suno CEO (Billboard)


이 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크롤 피로'는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수동적 소비에 지친 사람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진짜입니다. 그러나 이 언어에서 마케팅의 냄새를 맡습니다.


빌보드가 입수한 투자 피치덱에 따르면, Suno의 사용자 구성은 현재 25~34세 남성 중심입니다. '그래미 수상자부터 할머니까지'라는 슬로건과 실제 사용자 데이터 사이의 간극이 큽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수치입니다. 디저(Deezer)의 조사에 따르면 완전 AI 생성곡 스트리밍의 최대 85%가 사기성으로 의심됩니다. 문화의 민주화를 팔면서, 실제로는 로열티 풀을 희석하는 자동화 스트리밍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모순을 슐먼의 비전은 답하지 않습니다.


'파이를 키우는 기술'이라는 투자자들의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가 커지는 동안 누구의 몫이 줄어드는가. 그 질문이 빠진 비전은 비전이 아니라 홍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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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밀한 언어입니다


빌보드 기사는 Suno 내부에서조차 이 기술의 영향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공존함을 전합니다. 워너·애틀랜틱 출신의 최고음악책임자(CMO) 폴 싱클레어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Sinclair became Suno's chief music officer last July and sees his skeptical eye as a selling point." — Billboard, Suno Cover Story


회의적인 시선을 자신의 '장점'으로 본다—이것이 지금 Suno가 음악 산업에 진입하는 방식입니다. 적을 내부로 들여 포섭하거나, 아니면 적의 언어를 배워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어느 쪽이든, 이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산업에 필요한 것은 낙관론도, 분노도 아닙니다. 더 정밀한 언어입니다. 어떤 종류의 창작이 실제로 위협받는가. 새로운 기회는 누가 먼저 가져가는가. 85%의 사기성 스트리밍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가. 옵트인 데이터만으로 만든 모델이 실제로 어떤 품질을 낼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하루 700만 곡이 쏟아지는 세계에서, '좋은 음악'을 판별하는 기준은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가.


슐먼은 'AI가 세상을 끝내진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변화가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고,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그것이 지금 음악과 AI의 교차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역할입니다.



* 인용 출처: Billboard, "Suno: Is the AI Startup Music's Biggest Nightmare or Greatest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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