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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든 Jan 27. 2021

일상의 빈틈

ⓒ Ayden

빈틈 속 제주


제주에서 다시 육지로 몸을 옮긴 지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 길다면 긴 오랜 기간의 제주살이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제주에서 혼자 지낼 때 보다 훨씬 배불러지고 등 따뜻한 생활이다. 하지만 한 번씩 제주가 생각날 때면 '일상의 빈틈' 사이로 잠시 내려와 관광객 모드로 지내다 간다.


제주를 떠나 살다 보면 이곳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람이 그리워진다. 욕심내서 카메라를 챙겨 오면 막상 사진은 많이 담지 못한다. 그만큼 빈틈이라는 시간이 한정적이라 담고 싶은 풍경이 제한적이다. 아쉬움 마음에 거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내려오는 것 같다.



ⓒ Ayden


폭설이라는 빈틈


이번 빈틈은 아주 짧게 하루라는 시간을 예약했다가 다시 일정이 바뀌어 2일에서 3일, 그렇게 3박 4일을 보내다 왔다. 지난 5년간 제주에서 도민으로 살 때에는 만나지 못했던 폭설과 결항이라는 이슈로 쉼에서 촉박함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 못할 아쉬움도 함께 가져왔다.


새해 초 폭설로 제주도는 모든 것이 불편했다. 이럴 때는 차량을 렌트하면 안 된다. 오직 버스로 이동해야 함을 아주 잘 알기에 불편한 복장과 백팩으로 오직 버스로만 2박 3일을 헤맸다. 이번 빈틈은 목적을 가진 일정이라 갑갑하고 촉박했다. 어찌하리 다 받아 들어야지.



ⓒ Ayden


폭설과 코로나의 영향으로 모든 일정은 호텔로 예약했다. 그나마 제일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니까. 예약 손님도 적어 모두 고층으로 방을 배정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고층에서 바라본 눈 오는 제주도의 풍경도 꽤나 멋졌다. 나가기만 하면 눈보라가 불어닥쳐 다른 곳을 가지도 못하고 3일 내내 호텔에만 있어야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추억이자 좋은 경험이 될 테니 너무 아쉬워 말자.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기회는 분명 다시 생긴다. 그러니 또 일상을 꾸벅꾸벅 살아가자.




'빈틈'은 재충전하는 시간이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이다. 일상의 빈틈이 생긴다면 언제든 또다시 난 제주로 올 것이다. 혼자라는 시간을 아주 잘 보낼 수 있는 공간, 나에게 그곳이 제주다.





에이든의 서랍장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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