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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든 Sep 09. 2023

지극히 개인적인 산책

시원함에 이끌린 만족감

여름과 가을 사이


이른 아침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이끌려 조심스레 나의 보폭에 맞춰 가벼운 산책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늘 가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여행하듯 여기저기 헤매고 싶었다. 한 여름의 무거운 습도는 줄고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서늘함이 좋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청량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담고 싶은 욕망을 누른 채 그냥 멍하니 두 계절 사이의 시원함에 이끌린 가벼운 산책이다. 


이번 여름은 체감상 너무 길고 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계절의 경계선이 어서 오길 간절히 바랬다. 어느덧 내가 원하던 순간이 내 살갗을 닿는데 어찌 집에서만 있을까. 오늘 산책의 목적은 집 주변을 걸어보는 가벼움이면서 가을이 왔음을 확인하고 싶은 나의 만족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가 사는 곳은 한적한 동네가 아닌 시끌 버쩍한 도심 한가운데다. 그래서 집에서 가깝고 초록함이 가득한 넓은 공간을 좋아한다. 다행히도 그런 공간이 있어 난 이곳을 자주 온다. 사람들의 이동도 많고 시끌벅적하지만 여기만 한 곳이 없다. 이 큰 도심에 나만의 조용한 공간이 있길 바라지만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


ⓒ Ayden


걸음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드나무' 앞을 향한다.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아름다워 난 꼭 가벼운 산책의 마지막 지점으로 이곳을 향한다. 누군가와 산책을 하거나 걸을 때 보여주고 싶은 나만의 명소랄까. 이런 곳은 꼭꼭 숨겨두어 함께 하고픈 사람들에게만 공개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기에.


여하튼 여름과 가을 사이 경계선에 서서 산책한 짧은 여정을 글로 적어 보았다. 이 또한 내가 남겨두고 싶은 나의 소중한 일상이다.




가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여름이 지나갔으니 힘들게 버텨야 하는 시간도 지나갔다. 이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내 마음껏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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