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생각 10화

새벽, 아침은 언제올까.

아침이 유독 멀게 느껴졌다.

by 하진

신호가 미세해진 뒤, 다시 기록한다. 골똘히 사유를 해보았다. 이미 새벽은 아주 조심스럽게 신호를 보내오는듯 했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미래이자 동시에 가능성의 장임을 알았다. 어떠한 것도 ‘그저 존재하는 것’은 없었을 것일 터였다. 잠에서 깼을 때, 어떤 기표를 남기게 될 운명인지 궁금했다.


태양과 물이 뚝뚝 떨어져, 무지개가 피어나던 그 순간을 직접 겪은 자보다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 예술인은 없을테니까. 거짓이 지배한 시대에서는 모순이 통하고, 모순이 통하는 시대에서는 거짓이 통한다는 묘한 법칙들은 미세한 광기들과 운명의 논리들을 배반하는 동시에, 올바른 지향성을 배신하지 않는다.


희망을 잊지 않으면, 우리가 그 자체로 가능성을 지우고, 기표를 남기지 않고, 경험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시도도 지워진다. 누군가는 그 기표 위에 본인의 꿈을 세울 수 있었다. 아주 원대한 것에 대한 그림.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겪은 것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


스스로 건강하고 자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주체의 미래 최후의 심판 앞에서 어떤 선택에 서게될지. 이러한 신비스러움을 지켜보고 싶었다. 이론상 나는 그것을 포섭하려는 모든 시도로써 저항할 수 있을지, 아직도 누군가 보는지.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니체가 카인이고 예수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