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nta생활
갈란타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를 다녀온 것을 빼면 사무실에서의 일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대표는 거의 자리를 비웠고, 직원들은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한 잠깐의 업무시간을 빼면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앉아있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갔다. 대표는 그런 직원들을 관리하라고 나를 채용한 거지만, 사실 당시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었다. 우리 사무실에서 일을 연결해주는 트레일러트럭의 기사들 몇명과 친해졌는데, 그 중 하나인 안톤(Anton)은 루마니아인이었는데 몇 번을 가르쳐줘도 일본과 한국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항상 내게 와 수다를 떨었다. 마지막은 언제나 자기는 일본을 좋아한다는 엉뚱한 말로 끝을 맺었는데 그의 자가용은 놀랍게도 BMW M3였다. 대표는 그를 보며 저래서 언제 돈을 모으겠냐며 혀를 차곤 했다. 이외에도 기사들의 국적은 인접한 헝가리,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등 다양했다.
갈란타에서의 직장, 숙소, 그리고 마트나 식당들은 대부분 도보가능한 거리 안에 있었다. 유럽대륙의 거의 모든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갈란타 기차역 역시 집이나 직장에서 거리가 1키로 남짓해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했다. 첫번째 주말에는 기차를 타고 헝가리를 가보려고 마음먹었다.
회사에서 주로 점심을 먹었던 곳은 로터리 주변의 대형식당이었는데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았다. 대체로 짠 편이었지만 튀김종류의 음식이 많아 입이 짧은 편인 나에게도 부담이 없어, 주말에도 혼자 가서 먹곤 했다.
한 번은 이발할 때가 되서, 작은 현지 미용실을 찾았다. 머뭇대다 그냥 다듬어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유럽스타일인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5천원 정도로 저렴했다. 동유럽의 물가는 서유럽과 비교하면 대체로 싼 편이었는데, 공산품보다 서비스쪽이 확실히 그랬다. 대형마트의 맥주가격은 서유럽과 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