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기도
그 거울 앞에 서면
김 민 휴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 681-4번지 성소
원불교소남훈련원•완도청소년수련원 한 켠에는 무시무시한 돌거울이 있다
표면이 진짜 거울처럼 평평하고 매끄럽다
이 웅장한 석경(石鏡) 앞에 서면
얼굴이 안 보여서; 눈도 안 보이고, 코도 안 보이고, 입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보여서, 아무것도 비춰주지 않아서 겁이난다
세상 거울의 잔망함이 아닌 이 석경의 숭고는
슬슬 내빼는 내 마음을 압도하고
이상하게도 분명 나를 비추고 있는 것이다 나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마냥 거울 속에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을 훤히 비추고 구석구석 비추고, 점점 깊이 비추어서, 나는 쫄아서 나무 몽뎅이가 되어 붙박히고 만다
어디, 네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자 들여다보면서 서로 묻지 말고 대답하지 말자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돌거울은 자애로우시지만
혼내키는 부모님 회초리 앞에서
무얼 잘못했는지도 미처 모르면서 우선 빌뿐인 가여운 아이처럼
나는 그저 손을 싹싹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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