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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 Sep 16. 2020

12. 기상청도 공무원인가요

공사도, 공기업도, 비영리 법인도 아닌데요

 아니 뭐 당연한 소리를 하십니까, 하고 으쓱대기에는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었다. '기상청'이 공무원인 것이 아니라 '기상청 직원'이 공무원인 것이지만, 세세하게 따져서 질문하는 민원인은 많지 않으니 넘어가자.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약 8년간의 민원(국민신문고나 민원 24를 통한 민원이 아닌 일반 전화를 통한 단순 민원) 전화 역사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제는 거의 '매크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다.


 "네, 선생님. 저희는 환경부 소속 기상청으로, 저는 정부 공공기관 국가직 공무원입니다."


 수백 번 반복을 하다 보니 어조와 목소리 크기까지 비슷한 문장이 내 입에서 나가면, 보통은 아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어떤 민원인들은 이렇게 되묻기도 한다.


 "공공기관이 아니라 공기업이지요?"


 공공기관은 정부의 부처 및 그 아래에 있는 곳들이고, 공기업은 '공公'자가 붙기는 하지만 엄연한 '기업'인데 기상청이 그렇게 기업이나 회사 같아 보이는 건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상청에서 하는 많은 행정적인 업무를 보일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상청이 공무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민원인 중에는, '기상캐스터'와 연관이 있는 경우도 많다. 기상캐스터는 보통 방송국에 소속되어 있고 그중 많은 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는 비 오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눈 오는 날에는 장갑을 끼고 친절하게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는 언니들을 보면서 기상청에 들어가면 저런 언니들만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내 주변에는 기상청 공무원이 없었고, 기상캐스터와 기상청 공무원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는 분들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어른들의 추억 속에는 김동완 통보관님이 깊게 남아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분은 통보관을 하다 기상캐스터가 되신 경우지만) 가장 다른 점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인 기상캐스터 분들의 세계에 비해서 기상청은 공무원이기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 직원의 비율이 높았던 것일 테다.


 기상청의 경우 생활과 밀접한, 특히 날씨에 관한 민원 전화를 많이 받고 그것을 설명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설명은 큰 도시일수록 전문화되고 자세해야 할 경우가 많다. 주로 신문이나 방송의 기자, 곧 방송을 할 캐스터, 정부 기관의 분들, 큰 행사를 앞둔 업체 같이 굵직굵직한 전화가 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면, 주로 내일이나 주말의 개인적으로 필요한 날씨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에는 기상청이 공무원이라는 것을 모르기 힘들고, '기상청도 공무원이라고요?'같은 반문을 받는 때는 주로 후자다. 일선에서 직접 민원을 받을 때에는 조금 야속하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화로만 저런 질문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적인 모임을 갔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서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2016년쯤 갔던 독서모임에서 기상청이 공사나 공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라고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 독서모임은 연령층이 꽤 낮은 곳이었고, 내가 속해있던 테이블도 20대와 30대가 대다수였다. '구라청', '슈퍼컴퓨터', '왜 예보를 틀리나' 정도의 질문에 대한 대답만 준비해 왔었는데. 허탈했다. 아마 내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던 시기라, 경찰이나 소방관도 아닌데 평일에 공무원이 쉰다는 인식을 못했던 것이 아닐까, 애써 추측할 뿐이다.


 친척들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요즘은 내 직업을 소개하는 전법을 바꾸었다. 기상청에 다닌다고는 '어느 기관에 다니냐?'라고 묻지 않는 이상 대답하지 않게 되었다.


 "아가, 니 무슨 일 하노?"

 "그냥 국가직 공무원하고 있어요."

 "하이고! 요즘 공무원 되기 그리 어렵다 카든데. 잘했네이!"


 보통은 '국가'에 소속된 '공무원'인 것으로 다들 만족스러워하신다. 일종의 현명한 선택이라면 선택이랄까.


 그래도 가끔 막 외치고 싶다.

 기상청 공공기관 맞습니다! (욕 많이 먹지만요!)

  기상 회사도, 군대도, 공기업도, 공사도, 비영리 법인도, 하다못해 재단도 아닌 공공기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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