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람 좀 더 뽑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보고 이걸 어떻게 다 하라는 거야”
회사에서 일이 갑자기 몰릴 때, 아무리 봐도 이 인원으로는 할 수 없는 프로젝트일 때 흔히 내뱉는 한탄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일의 범위도 넓어지고, 양도 많아졌는데 일할 사람의 수가 똑같다는 건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사람을 더 뽑아줬으면 좋겠다. 수요(일)가 많을 때 공급(사람)을 늘리는 건 상식인데, 왜 사람을 안 뽑아줄까? 남 얘기처럼 썼지만 내 얘기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s>에서 의대 정원 확대 이슈를 다루는 에피소드를 봤다. 여기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내 방식대로 조금 더 간결하게 정리해 봤다.
"국민을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급(의사 수 증가)을 고민하는 것만큼, 수요(병원에 갈 필요 자체를 줄이는 것)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예방과 복지와 같은 건강 증진 정책도 똑같이 중요하다."
나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일할 사람이 없으면 사람(공급)을 늘리는 게 맞긴 한데, 사람을 뽑을 필요(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맞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도 보지만 수요도 같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가 폭증하여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대응 인력을 무작정 늘릴 수도 있지만, 문의 유입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직관적으로 개선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고객지원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최근 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가 화제가 된 이유는 GPU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높은 성능을 냈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GPU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는 '스케일링 법칙'에서 벗어나 알고리즘 개선과 데이터 최적화로 GPU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공급에서 답을 찾지 않고, 수요 자체를 줄이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만들어낸 성과다.
돈과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돈을 더 벌어 수익을 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 또한 함께 생각해야 한다. 경험상 주변을 둘러보면 돈을 불리는 것과 아끼는 일을 둘 다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당연히 둘 중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커뮤니케이션을 더 유기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를 위해 도입할 수 있는 좋은 툴은 없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 양쪽을 모두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를 본질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First Principle Thinking(제1원칙 사고)과도 연결된다. 사실 가장 눈에 잘 보이고 쉬운 해결책이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수요 자체를 줄이는 일은 다소 어렵고 복잡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수요와 공급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