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

타국에서의 삶

by Bee

이번 여름은 지나치게 덥다고 생각했다. 원체 더운 여름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여름은 너무나도 더워서 바깥에 나가기만 해도 바로 후덥지근한 공기에 둘러싸이곤 했다. 정신 차려보니 호주에 산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새내기일 때가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막학년이라니. 나는 그에 맞게 오피스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구했다. 지금 경력을 쌓아놔야 졸업하고 나서 일을 구하기 더 수월해지니까 가장 바라던 것이었다. 일을 구하는 시기를 오래 잡아뒀는데 생각보다 일찍 잡아서 개강 전부터 하게 되었고. 일은 배우면 된다고 익숙하다고 패기 넘치게 시작하고 지금은 퇴근하고 시들시들거리니, 앞으로의 1년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하고 싶은 것과 해내고 싶은 것이 많은 탓에 사서 고생을 하는 삶이 나는 짧지 않은 걸 알고 있다, 젠장..


L언니와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학생으로 살며 일도 많이 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졸업만을 기다리며 힘든 길을 같이 얻는 동행자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졸업하면 우리 세러피 제대로 받자고. 평소 가지 않았던 팬시한 레스토랑을 가든 5단짜리 티타임을 갖든 정신적 치료에 들어가지 못한 돈을 쓰자고 약속했다. 고단한 삶을 버텨내고 무언가 도전해보고자 하는 동행자가 있다는 건 참으로 든든한 일이다. 만약 L언니가 없었더라면 이곳에서의 삶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너무 힘들어지는 때는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 2년간 타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되게 꿈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정말 많이 했다. 유럽에 계절학기를 다녀왔고 이곳에서 오피스일을 구했으며, 무엇보다 해외에서 공부를 하는 삶을 한 번쯤 살아보겠다고 했던 것. 해보고 나니 깨닫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어서 하나하나 세기도 어렵다. 이제는 뭘 해보기 전에는 그다음 계획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만족한다면 A로 가고 아니라면 B로 가자 이 정도의 틀을 잡아둘 뿐이지.


사실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하다. 2년 전에 짜놓은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고 이게 정말 가능할까 생각했던 일들을 실제로 하게 되면서 예전에 봤던 사주가 다시 궁금해질 만큼 내가 어떠한 전환기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느꼈다.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었던 유학 때문에 일을 먼저 시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 유학을 오게 됐다. 꿈을 접게 되고 다른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품고 있었던 열망이 이곳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거저 온 기회가 아니란 걸 알고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래서 원래도 있던 악바리 정신에 더 악착같이 하게 되니까 이제는 어떻게 힘든 시기를 지나 보낼 지도 감이 잡힌다.


그냥 현재를 즐기면 된다! 내가 얼마동안 이걸 해야 하는지 잊어버리고 그냥 오늘 하루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맛있는 걸 먹고 수다로 털면 된다. 그러다 보니 또 3월이 되었다.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한 만큼 약속을 더 잡아 사람들도 만나면서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진짜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너무 감사하다. 나는 앞으로 졸업까지는 미친 듯이 시간이 빠르게 갔으면 좋겠다. 이미 많은 걸 하고 있고 시간만 잘 흘러주면 되고 그걸 위해서는 잘 쉬며 완급조절만 해주면 된다.


올해가 되자마자 했던 생각이 있다. 나 스스로를 가장 기대해 주자.

나 스스로를 제일 응원하고 다독이고 기특해해 주자고.

정말 한 치 앞도 예상 불가능한 이 삶이 어찌보면 재밌기도 하다.

올해는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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