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빛나 Oct 12. 2024

9. 가능성과 희망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

마음은 부지런히 쓰고자 하나 실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괴로울 때가 있다. 책은 스승이라더니 게으름에 관한 책을 읽던 중 딱 맞는 글이 나타난다. "내 안에는 '큰 나'가 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다." '나'는 전혀 작지 않아! 더 큰 '나'가 내 안에 있어. 신기하게도 쓸 힘이 생긴다." 그렇게 하루의 약속을 지켜나간다.


'나'라는 단어 안에는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숨어 있어서 좋고, 희망이 보여서 좋다. 행동하지 않아도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일상의 생각과 감정을 쓰기로 하고 스무날 가까이 실천하고 있다. 매일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스스로 정한 약속이기에 지키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피곤해서 쉬고 싶다는 타협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문을 건다. ‘더 큰 나가 내 안에 있어.’라고.


불편함을 싫어했고, 복잡한 생각을 회피하며 살았다. 어느 날 딸 유이가 그런다. "엄마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해. 말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지니면 좋을 텐데." 근사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어렵다.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냐?" 하면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보이는 내 모습이 설마 다는 아닐 거야. 날마다 점점 모든 면에서 좋아질 거야. 가능성이라는 단어에 희망을 슬쩍 품어본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가던 길을 멈추고 햇살 아래 서 있으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이 감정 하나만으로도 잘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어린 시절 시골 툇마루에서 햇빛을 조명 삼아 책 읽던 때가 생각난다. 가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한참을 읽다 보면 아버지는 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생밤을 양손에 주워 왔다. 입으로 까서 내게 주었었지. 한 개. 두 개.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그렇게 행복한 시절만 있을 줄 알았다. 행복은 찰나구나!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시련이 늘 따르는 것이 인생이다. 다행인 것은 그 찰나의 힘이 나무의 뿌리처럼 나를 살게 한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지쳐 쓰러졌을 때 바람에 일어서는 풀잎처럼 다시 서게 만든다. 일상을 남기고 싶은 건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유년 시절부터 반백의 지금까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터다. 기억하는 것은 책 한 권도 될까 말까다. 기록은 기억의 샘물을 길어 올린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감정과 생각은 남아서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쓰고 싶고, 이왕이면 잘 쓰고 싶다.


매일 한 가지씩 버리고 싶다. 조급함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이기심을 버리고. 버려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버려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딸 유이의 말대로 입으로 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도 싶다. 말보다 생각이 먼저라는 아주 간단한 이치 하나도 이렇게 깨치기가 어려운 나다.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지겠지.

이전 08화 8.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