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출신으로 창작하는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진로탐색기
Q. 우숨이라는 닉네임이 무슨 뜻일까요?
안녕하세요 우숨입니다. '우숨'이라는 말은 '웃음'의 옛말이기도 하고 제가 oosoom이라고 영어로 표기하는 데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Q. 퇴사를 하셨다구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2023년 7월에 퇴사를 했어요. 원래 공기업 채용과 승진 시험을 개발하는 NCS 연구원이었어요. 연구원이라고 하지만 개발보다는 검수에 집중된 업무이긴 했어요. 일을 하면서 맞지 않는 반복된 직무, 연차가 쌓여도 동일한 업무 등 저 스스로 고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AI에 의해 대체될 가장 빠른 직무라 생각했고, 버티고 버티다 2년 7개월을 근무하고 나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급여는 적어도 워라밸이 되는 회사라 들어갔는데 직장에서의 무기력증이 라이프를 침범하면서 번아웃이 왔었어요. 퇴사를 선언하고 나서 스트레스 받는 거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퇴사 당시 인생 최저 몸무게를 기록했죠. 고이지 않으려고, 좋아하는 걸 찾으려고, 누군가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 더 늦기 전에 나왔습니다.
Q. 현재는 갭이어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네. 23년 7월 10일에 퇴사를 했으니 곧 일년이네요. 진짜 갭이어를 채웠어요. 처음에 3달 정도 갭먼스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퇴사를 하고나니 그동안 참아왔던 자극 추구가 폭발했어요. 그전까지는 순리대로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왔었거든요. 해보고 싶은건 일단 도전했었죠. 퇴사하자마자 편지가게에서 6개월 동안 근무했었고, 짧게 베이커리에도 2달 일했었고, 1년 넘게 망원동의 독립서점에서 일하며 300여권에 달하는 책 소개글을 써오고 있어요. 또 "저 바보 아닙니다. 바버 입니다"라는 독립출판물 출간에 표지, 일러스트, 제목 작명으로 얼렁뚱땅 책브랜딩에 참여하고 3번의 북페어에도 참가하며 제가 위빙으로 만든 코스터와 키링을 판매한 경험도 있네요. 목공을 취미로 8개월 정도 배우기도 했었구요.
웰니스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 그 전에 커뮤니티와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중간 목표를 세웠어요. 그런데 서울에 상경했기 때문에 저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요. 걸어다니면 쓰레기 나오고요. 현실적인 지금 당장의 생존의 문제, 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부터 취준을 다시 시작했어요. 근데 잘 풀리지 않자 여기에 매몰되어 방황을 했습니다. 4월부터는 이명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주 아팠어요.
지금은 커뮤니티에 들어가기도 했고, 저 스스로 이제서야 저를 마주보기 시작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또 진로탐색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지난 6개월을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필요했던 방황의 시기라 정의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뭔가를 더 해보면 평균치는 올라갈거라 믿으면서 웰니스 도슨트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Q. 그런데 웰니스 도슨트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저를 정의한 말이에요. 웰니스 + 도슨트 , 이렇게 합성어죠.
저는 학부부터 석사까지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람' 자체에 관심이 많았고, 상담사를 꿈꿨거든요. K장녀와 착한 딸 컴플렉스로 모범생처럼 20대를 살아왔고 상담사가 되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렸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할 때, 막상 "제가 상담사로서 잘 할 수 있나? 하고 싶은가?"를 질문하게 되었고, 감정이입을 잘하는 저에게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껴서 살짝 루트를 변경하게 되었어요. 심리학을 전공하며 쭈욱 스트레스와 웰빙을 관심주제로 삼았고,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건강심리 연구실에서 RA를 하기도 했었어요. 원래 상담사를 꿈꿀 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직장인의 스트레스와 웰빙'을 연구해보자는 마음으로 조직심리학으로 세부전공을 변경해 석사학위를 취득했어요. 그러면서 월요병에 대한 논문(수면의 질과 직무열의 간 관계: 월요일 효과 탐색)도 썼답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3학기 때 슬럼프를 겪었어요. 대학원까지는 저에게 당연한 과정이었고 그 이후에는 뭐 상담사가 되겠지 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상담사가 되지 않기로 하고, 취업이 그나마 괜찮을거라 생각했던 조직심리학과에 들어왔는데 웬걸..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탈심리를 결심하고 뭘 할 수 있나 찾아보다가 국립현대미술관 도슨트 양성 과정을 알게 되었고, 제가 전시 보는 거 좋아하니까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6개월 과정을 들었어요.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MMCA 덕수궁관 <<기억된 미래: Unearthing Future>>, MMCA 과천관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MMCA 서울관에서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에서 도슨트 활동을 했고 현재는 << 올해의 작가상 2024 >>를 준비 중입니다. 봉사라는 것 때문인지, 함께하시는 선생님들의 나이대가 좀 있으신 편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도 오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하려고 하는 활동이에요.
결국 웰니스 도슨트란 저로부터 나온 정의예요. 스트레스와 웰빙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자 도슨트로서 활동을 하는 저의 아이덴티티를 합했죠. 저는 미술이나 예술을 전공하지 않고 도슨트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구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활동이거든요. 웰니스도 동일합니다. 웰니스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슨트, 웰니스 도슨트가 되고 싶어요.
웰니스 =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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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 '가르치다'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말,
미술관과 박물관 등의 전시품에 대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
Q. 목표가 웰니스 전문가가 되는 걸까요? 그럼 우숨님이 정의하신 웰니스는 무엇일까요?
네 맞아요. 희미하고 막연하지만, 멀더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요. 저를 정의하는 말이 웰니스 전문가였으면 해요. 전문 자격증이 없더라도 취미를 열심히 파면 "쟤 그거 전문이잖아." 이런 말 듣잖아요. 제가 파고 들고 싶은 것이, 또 오랫동안 관심을 지속하고 관련하여 활동하고 싶어요.
제가 정의한 웰니스는 페오패치와 연결되어있어요. 마주보는 것에서 가치를 깨닫고, 행복을 찾는 것이 제가 정의한 웰니스예요. 느슨한 삶을 원하면서도, 빡세게 몰두하는 사람들로부터 저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는 모순에서 벗어나고 싶거든요.
Q. 그럼 어디서 부터 시작하려고 하세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최근에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활동을 저의 속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최근에는 명상을 시작했어요. 일상 속에 명상을 습관화하려고 노력 중이고, 하반기에는 전문가 과정 수업도 듣고 싶어요. 카페인에 약해 커피를 못 마시는 저에게 대체제이자 관심이 있는 차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싶고, 요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네요.
앞으로는요, 이러한 과정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구요. 완벽주의 때문에 망설였던 기록을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으니까 지지치 않고 기록하는 게 가장 저에게 어렵고도 중요한 미션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