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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Sep 19. 2023

통증의 괴로움 : 건강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9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름의 무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의 냉기를 예고하는 비가 오고 있다. 흐린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비는 하늘을 우중충하게 뒤덮고 있다. 서늘함을 알리는 비는 몸과 마음마저 파고들어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오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10일이 지났다. 더운 여름을 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게 힘들었는지 회복이 되질 않는다. 아이들이 방학이어서 같이 있고 싶기도 했고, 운동도 하고 싶어서 3주 정도 병원 밖 집에서 생활했다. 무리였었나보다.      


시끄러운 병원의 아침은 어렵게 잠든 나를 깨운다. 눈을 뜨면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움직일 수 없이 힘들다. 눈을 빠질 듯이 아프고 얼굴은 여기저기 근질근질하다. 얼마 전부터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면서 얼굴 여기저기가 간지럽다. 병원에서는 기력이 너무 없어도 그런다며 맞춤 한약을 처방해 주었다.   

  



하루 종일 이상하게 가슴이 뛴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더욱더 세차게 뛴다. 옆으로 누워도 똑바로 누워도 숨이 조일 듯이 뛰는 가슴을 멈출 수가 없다. 잠을 잘 수가 없다. 귀마개도 하고 잘 준비는 다 되었는데….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기력이 딸려 잠을 못 자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거기다 지금은 가슴까지 뛰어 되니 누워있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아무 생각 없이 며칠 동안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이번 달은 유방암으로 힘들었던 10년 동만 처음으로 생리를 안 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죽겠으니 어쩌란 말인가? 이제 생리는 끝날 때도 되었다. 친구들은 벌써 끝났다고 한다. 나도 멈추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선근종 수술도 안 해도 될 텐데.    

 



월요일에 지금 있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화요일에 일산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간다. 지금은 D 대학 한방병원에 있다. 여기서 한약을 좀 더 먹고 싶은데 나라에서 한방병원 입원을 제약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 솔직히 집으로 가고 싶다집에 가서 추석 때까지 아이들과 놀고 싶다하지만이 몸으로 추석을 집에서 보낼 수는 없다.     


5월의 악몽이 떠오른다어버이날도 있고 엄마 생신도 있어서 언니와 인천 사시는 엄마 댁에 갔었다. 가기 전날 생리가 시작되어 걱정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가보질 못해서 큰맘 먹고 갔었다. 갔다 와서 힘을 쓸 수가 없어 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급하게 입원했다. 계속 영양주사를 맞았지만, 회복의 기미가 없었다. 3주간 병원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나왔는지….          


추석 때 집에 있으면 아이들과 시댁과 친정을 다녀와야 한다. 갔다 와서 힘들면 나만 손해다. 아프다고 해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위로는 해도 공감을 할 수가 없다. 계속 아프다는 소리도 듣는 사람은 짜증이 날 수 있다. 주위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추석 때 있을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결혼하고 학원을 하면서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리고 돌봐주거나 도와줄 친척분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는 학원에 있었고, 아이들이 하교하면 나도 아이들과 집에만 있었다. 번 돈을 쓸 곳이 없었다. 집에 와서 TV 홈쇼핑을 보면서 들어놓은 보험들이 유방암에 걸려 힘든 지금 너무 잘 이용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날이 빨리 와서 내 일을 하고 싶다밖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즐기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그런 날이 오겠지? 얼마 전 사주에서 말한 것처럼 55세에는 꼭 왔으면 좋겠다. 그럼 2년 남았는데….                    

20230919                          



https://inkyung10.upaper.kr/content/116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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