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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Jan 01. 2024

새해의 기적 : 병상에서 가족과 맞이하는 행복

  

대망의 2024년 새해가 밝았다나에게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이할 기회를 주었다. 병원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하얀 눈이 솜털처럼 평온함을 안겨준다. 파주 산속이라 눈이 녹지 않은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건물들은 놀러 오라고 활기차게 나를 부르고 있다.  

   



건강을 타고나지 못한 아들감기와 매일 같이 싸우며 사는 내 보물좋은 한약도 먹이고 싶고휘어진 척추로 인한 통증 치료도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에 방학식 날, 내가 있는 병원에 입원시켰다.      


무리였나보다. 그날부터 며칠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어나 앉아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2023년 마지막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누워있으면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난다. 하지만 노트북을 펴도 생각한 글이 정리되지 않았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흔들리는 머리와 답답한 가슴이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누워있는 침대도 불편했다. 똑바로 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편한 자세가 없었다기력이 딸려 잠도 잘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놀라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본다. 내 병실이다. 옆에는 사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에 안도하곤 했다.     


아들의 끊임없는 작은 기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몸의 기가 소진된 내 귀에 들리는 아들의 조그마한 기침 소리는 내 침대를 하늘로 붕 뜨게 만들었다. 다시 내려온 침대는 내 몸을 비트는 듯한 통증을 주었다.      


내 몸보다도 내 보물인 아들의 건강이 우선임에도 그를 돌볼 힘이 없다. 작은 움직임조차도 버거운 나날들이었다.     




딸은 아들 공부시키게 집으로 오라고 했다. 도저히 운전할 힘이 없었다. 딸은 뭔가를 느꼈는지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 딸이 오자 우리 셋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나의 통증도 도망갔다.     


식욕이 없던 나는 아이들과 치킨과 해물찜으로 그 어떤 호화로운 식사보다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식사 후, TV에서 흘러나오는 이쁘고 멋진 아이돌들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한해의 묵은 모든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며칠간의 통증과 고통을 씻겨 주었다     


그 순간,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가족과 함께하는 이 작은 순간들이 나의 행복이었다. ‘내가 원하는 행복이 이런 건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알게 해주었다.     


어렸을 때동경하고 부러워했던 행복한 가정이 이런 거였구나김인경 잘살았다평생소원을 이루었구나! 이게 병원이 아니고 집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원하는 남편도 여기에 있었으면 더없이 완벽할 텐데.’라는 생각에 행복과 아쉬움이 교차 되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보면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분은 남편의 부재를 물어보았다. 일한다고 하자,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셨다. 트럭 운전을 한다고 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와 남편의 사주를 봐주셨다     


왜 이혼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혼하면 우리 아이들은 보육원에 가야 해요. 양쪽 집 아무도 봐줄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하자, 

“애 많이 쓰셨네요.”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내가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우리는 파경에 이르렀을 거예요제 성격에 미쳐 죽었거나정신병원에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자, 웃으시면서

“맞아요. 알고 계셨네요.”라며 나의 마음을 이해하듯이 말씀하셨다.     


“이젠 괜찮아요. 저는 사주 볼 줄을 몰라도 같이 사는 사람을 모르겠어요아이들을 잘 지켰잖아요남편 복이 없어 결혼은 실패했지만아이들이 잘 커 주어 후회는 없어요.”라고 말하며 서로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사주를 맹신하지는 않지만무시할 수도 없다사주를 거슬러 사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부정하는 사람이나 글은 가끔 보지만, 실제로 내 주위에서는 보지 못했다.     


성격은 분명 고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이 사주에 나온 본성대로 살아간다일이 꼬이는 사람은 이상하게 꼬인다돈이 나가야 하는 사람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빈털터리다.      


사주에 따른 성격인생의 굴곡들나는 이 모든 걸 부정해도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나는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사주에 외로움이 있단다그러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남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하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그래도 결국에 남는 건 외로움뿐이었다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남에게 나의 외로움을 찾지 않기로 했다. 글쓰기는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치유의 방법이 되었다. 글을 통해 타인과 교감하고, 위로를 받으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은 글쓰기 초입이라 구독자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내 글을 소중히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글로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행복을 주신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그 행복은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초보 작가로 사는 삶을 살며, 나는 더 이상 외로움에 굴하지 않기로 했다. 내 글을 읽어 주는 이들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해 주는 독자들 덕분에 외로움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병원의 창가에 앉아새해의 첫날을 맞이하며 나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아픔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글을 통해 맺은 소중한 인연들그리고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 모든 순간에 대해.     


새해에는 더욱 건강해지고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교감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병원 창가에서 맞이하는 이 새해가 나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자더 큰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2024년의 첫날을 맞이하며, 나는 감사함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저를 사랑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이 가득하세요. 

하시는 모든 일들이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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