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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Jan 22. 2024

한 병원장의 욕심이 죽음을 부른 침묵의 진실은?


2023년 10월 9한 요양병원 원장이 자신의 원장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때의 충격으로 나는 한동안 마음을 잡기 힘들었다.   

   

나는 고인이 되신 병원장에게 같이 일해 볼 것을 제안했었다병원장님도 나를 믿고 폐업 공문을 철회했다. 하지만 공문을 내린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메시지로 다시 폐업을 선언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7일 아침에 병원장을 만나러 갔다. 그날의 병원 복도는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병원장님의 그때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처음 보았다. 병원장은 밤새 얼마나 울었는지 부풀어 오른 두 눈은 마치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대화를 원하는 나에게 다시 말을 바꿀 수 없다며바쁘다며 내 눈을 피했다. 손은 컴퓨터 자판에 올라가 있었고,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두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을 관리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나왔다. 아직도 그 얼굴이 선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쓰리다. 그때를 생각하면 내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그러고 이틀 후에 자신의 병원 원장실에서 목을 매 돌아가셨다. 

    



무엇이 그분을 그토록 절망으로 몰아 넣었을까얼마나 원통하고 분했으면병원에서 자살했을까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그날의 대화에서 무엇을 감추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건데 2달 전에 왜 병원의 모든 걸 새롭게 단장하고환자들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마련했을까침대 매트리스도 최고급으로 바꾸었고, 프레임도 편백나무로 교체했다. 장판과 도배로 친환경으로 했단다. 환자복과 이불도 새로 맞추었다. 들어오는 입구의 카페 식탁과 의자도 새것이었다.     


처음 병원에 들어가면서 ‘겉의 낡은 건물과 다르게 안을 참 잘 꾸몄구나!’라고 생각했다. 병실에 들어가서 침대를 보았을 땐 만족감이 더했다. 편백 나무에 매트리스도 누우니 얼마 전 집에 새로 구매한 매트리스처럼 편안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나이 47세에 초등학생 어린 자녀가 2명이나 있다고 했다부모가 목숨을 끊었을 때는 오죽했으면 마지막 선택을 했을까? 47에 전문의면 공부만 하다 큰 꿈을 앉고 병원을 개원 했을 텐데?     




한동안 몸도 안 좋은 나에게 병원장님의 죽음은 우울감까지 주었다. 이제 잊을만하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근처 요양병원에서 그 병원을 인수 한단다.     


‘이게 무슨 소리지? 분명 마지막까지 주인이 의사를 데려와 운영한다며 협상을 거부한 걸로 알고 있었다. 더 기가 찬 건, 인수하는 병원과 폐업한 병원의 컨설팅 회사가 같다는 소문이 있다.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그 병원의 운명을 결정한 듯했다.     


하지만, 폐업을 선언하고 나랑 하기로 한 날, 근처 요양병원에서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원장님이 거부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날 온 병원이 지금 인수한 병원이란 말인가?     


정말 같은 컨설팅 회사였다면죽은 병원장은 이용당한 것일까? 이 큰 건물에 갑자기 병원 한다는 사람을 주인이 데려온다는 것도 이상했었다. 폐업할 병원을 2~3달 전에 큰 빚을 지면서까지 새롭게 인테리어 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1월에 오픈 예정인 병원은 구정 지나고 한다는 말이 있다. 구정엔 환자들이 대부분 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아는 언니가 거기 직원이었다. 다시 일해달라고 연락이 왔었단다. 언니는 속사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같은 병원장끼리 옆의 병원을 먹기 위해 고의로 병원장을 죽음으로 몰아 놓은 꼴이 된다. 그들도 자살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결론은 간접살인이 되었다  

   



돈과 권력이 무엇일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확장한 걸 텐데. 마음이 아프고 욕 나온다. 남에게 못할질 해서 돈 벌면 당대에는 행복할 수 있어도 자손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이 갈까?     


돈은 많을수록 좋긴 하다나도 돈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쓰지도 못하면서 그냥 벌고 싶고,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어렸을 땐 가난해서 돈에 한이 맺혔다. 돈을 적지 않게 벌었지만, 써보지도 못하고 많은 돈을 날렸다. 허무했다.     


그래도 돈 벌 때가 행복했었던 것 같다. 핸드백을 열어 현금다발을 보면 뿌듯했었다. 신기했다. 쓰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 있다고 지금보다 더 쓰지 않을 거 같다.      


아이들이 나의 넘쳐나는 사랑 표현에 나를 좋아하지만내가 돈이 있어 편안한 것도 인정한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돈은 벌어도 내 돈이 아니면 힘없이 나간다는 것도 배웠다. 내가 덕을 쌓지 않으면 가장 소중한 자식이 힘들어진다는 옛말을 무시하지 못하겠다.     


살면서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할 때가 많다의도한 바가 아니다. 인간이기에 내가 아무리 찰떡같이 말해도 상대가 개떡같이 들으면 상처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죄도 무수히 짓고 사는 게 인간인데, 하물며 알면서 자신의 욕심을 위해 죽음으로까지 몰아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이번 사건으로 돈과 권력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슬픔과 절망을 목격했다. 병원장님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을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분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병원장님의 죽음이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인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돌봐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도 일깨워 주었다.     


요양병원이라는 공간은 환자들에게 안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곳이지만동시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의 중심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병원장님은 그 무대 위의 주인공이었다. 슬프고도 아픈 기억이지만, 그분의 삶은 여러 모습에서 인간성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병원에서 3주라는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서도 숨겨진 고통과 슬픔이 있음을.     


병원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나는 기뻐하기보다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그곳은 한 사람의 생명과 꿈을 빼앗아 간 장소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종종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걸 건다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큰지를 간과하곤 한다. 나 역시 돈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은 때때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우리는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병원장님의 삶과 죽음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분의 슬픈 눈빛이 나에게 남긴 교훈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돌아가신 병원장님의 명복을 빌며그분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 이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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