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잘하는 걸까? 잘하는 걸 좋아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잘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생각하는데, 내가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체를 사용하는 운동은 그냥저냥 하는 편인데, 하체는 걷거나 뛰는 것밖에는 되질 않으니, 발로 공을 차서 원하는 곳으로 보낸다는 건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축구 때문에 받는 상처도 더러 있다. 동네축구를 하게 되면 잘하는 사람이 공격을 맡게 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골키퍼를 맡고, 체력이 좋고 빠른 사람이 미드필드를 맡게 되며, 그 외 사람은 수비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내 포지션은 항상 수비수였는데, 이게 또 책임은 무지막지하게 막중한 자리이다.
군 복무 때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래서 정말 하기 싫었던 축구를 자주 했는데, 골을 먹게 되는 경우는 거의 내 실수 때문이었으니, 졸병 때는 경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운동장가에 원산폭격을 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런 정도의 실력이니 상대방 골문으로 골인을 시켜 본 적은 당연히……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다.
우리 팀이 무려 5:1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한 골을 넣고 싶다는 욕심이 슬금슬금 생기는 거였다. 그래서 최전방 공격수와 포지션을 바꾸고는, 우리 팀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가 왔을 때, 절대 슛을 하지 말고 내게로 패스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입에 넣어주는 밥을 받아먹듯이 발 앞으로 배달 온 공을 톡 차서 한 골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첫 골이자 마지막 골이 되었다.
이렇게 축구와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사이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최근에 TV로 축구하는 걸 본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예능이 그것인데, 여자 영화배우, 개그맨, 모델, 외국인 등으로 팀을 구성하고, 팀 대항 미니 축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것도 우리나라 경기만 시청하는 정도였고 그 외 경기는 아예 보질 않았는데, 아마추어 여자 선수들의 엉성한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녀들의 엉성한 축구 실력이 남 일 같지 않아서? 매우 예능답게 웃기는 프로그램이어서? 출연진이 엄청나게 화려해서? 노노.
처음 시청할 땐 골(head) 때리는 그녀들이라고 생각했다. 해서는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골치 아픈 그런. 그러나 조금 지켜보니 진심을 다해 상대방 골(goal)을 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이었다. 보는 이유 아니 보게 되는 이유는 일단은 컨셉이 재미있다. 잘하는 노래, 잘하는 연기, 잘하는 운동경기만 보여주는 방송에서, 축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 연예인들의 엉성한 축구경기를 보여주겠다고 기획한 것이 말이다. 그런데 시선을 붙잡는 건 그 엉성함을 웃음으로 넘길 수 없게 만드는 그녀들의 진정성이었다. 한 번도 축구를 해 본 적이 없음에도 잘하기 위해 성의껏 연습에 임하고, 경기 땐 상대 팀에 이기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며, 무승부가 된 경우 승부차기에서 한 골을 원하는 간절함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골 때리는 그녀들이 많이 있다. 골프, 양궁 등 스포츠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그녀들부터, 직장이나 자신들의 일터에서 누구보다 열심인 그녀들과, 흔들림 없는 가정을 지켜나가는 수많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
그래서 기다린다. 다음 회차의 골 때리는 그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