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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랍비 Sep 08. 2024

특수의 어금니

특수한 교육비법-1

아마 많은 부모가 자녀를 교육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원할 것이다.

교육학 및 특수교육학에서는 이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초인지전략, 자기결정성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은 오롯이 학습적인 능력에 관한 것이며, ‘초인지전략’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수립, 조정, 이행, 평가 등의 활동 과정을 이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자기결정성’ 혹은 ‘자기결정’으로 불리는 이것은 말 그대로 내적 동기에 따라 자기가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앞선 주도적 학습 능력이나 초인지전략과 다른 점은 전 인생을 통틀어 선택‧수행하는 것이며 이것을 통한 자아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중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기결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내가 가진 짧은 특수교육학적 소견으로 어떻게 하면 ‘자기결정성’을 높여 자녀가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잘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




1970년대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차드 라이언(Richard Ryan)에 의해 발표된 ‘자기결정성 이론’은 ‘자기결정 이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행동과 심리적 욕구, 혹은 동기를 두고 연구한 이론으로 아직도 다른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이론을 통해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하게 할까?


첫째, 자율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내가 할 거야’ 괴물이 되곤 한다.

뭘 하든 다 자기가 하려고 하며 엄마 것이든 아빠 것이든 뭐든 자기가 해보려고 한다.

물론 그때의 부모는 정말 골치가 아프다.

자녀들은 본인 스스로 하다가 쏟고 엎으며, 넘어지고 다친다.

그럴 때는 흔히 부모들이 이렇게 말한다.


“어이구, 그럴 줄 알았어!”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자율성에 의해 스스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결국 자율성이 낮아진 아이들은 외부의 압박이나 강요로 선택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자녀들이 자율성을 위해 내가 할 거야 괴물의 시기를 잘 넘기길 바란다.

물론, 나도 오늘 내가 할 거야 괴물 한 명을 상대하느라 어금니를 꽉 깨문 탓에 이가 갈렸다. 으득.


둘째, 아이들이 수행하는 것에 대해 유능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인간은 모름지기 자기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흥미와 뿌듯함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에게 활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면 아이들은 그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남자아이들을 두 부류로 나눠 보자면 ‘게임 파’와 ‘스포츠 파’가 있겠다.

이상하게도 어떤 아이는 게임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자기가 유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그를 적극적으로 연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로 달리 적용하면, 아이들이 공부에 유능함을 느끼게 해야 더욱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 아이들과 공부를 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에 ‘으이구’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 하지 않는가.

우리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다. 그러니 조금만 참자.


또한 아이들이 학습에 성취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도 매우 좋다.

이것을 가정에서 가장 쉽게 실천하는 방법이 바로 ‘단서 제공’이다.

부모가 되면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며 자녀들이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분야를 마주할 것이다.

그때는 어려워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 단서’나 ‘청각적 단서’를 제공하여 정답을 적게 하고 칭찬해주는 방법이 있다. 청각적 단서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엄마 APPLE의 뜻이 뭐죠?”

“ㅅ(스, 시옷 소리를 낸다)”

“스?”

“모르겠어? ㅅㄱ(스그)”

“스그?"

"사ㄱ"

"아! 사과!"


위와 같이 청각적인 단서만으로 아동이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걸 청각적 단서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초성의 발음만 해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시각적 단서의 예는 다음과 같다.


<시간단서의 예: 빨간색과 파란색 힌트가 점점 줄고 있다>


위와 같이 색깔로 덧셈식의 순서를 색깔별로 표시해 놓은 것을 시각적 단서라고 한다.

이러한 단서를 사용할 때 유의점은 서서히 단서의 사용을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단서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같이 수행하는 부모와 관계가 좋아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타인과의 관계를 빼놓고 인간이란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태어나서 가족이라는 관계를 맺고 유치원, 학교, 회사 등의 소해 소속감을 느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동질감, 성취감, 만족감, 우월감 등을 느낀다.

그러므로 자녀와의 관계에서 권위를 잃지 않되, 항상 긍정적이고 상호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물론,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의 신뢰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쟁여둔 초콜릿을 풀고야 말았다.

하, 이 초콜릿의 노예들 같으니라고.




한편 자기결정 이론에서 인간의 행동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나타나고 변화가 가능하다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본성은 가변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회를 먹지 않다가 나중에 들어 회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이때 인간의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는 모방, 인지, 관찰학습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자녀의 자기결정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첫째, 아이들은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모델을 모방한다.

여기서 지위가 높다는 말은 단순 직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외모, 돈, 인기 등 자기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부모는 아동에게 항상 ‘위대한 모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책 한 권 안 읽으며 쟤는 왜 저렇게 공부를 안 하나 모른다고 말하는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함정은 연령이 높은 모델보다 자기 또래의 모델 모방을 더 지양한다는 점이 있다.


둘째,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이들은 ‘인지’ 기능을 통해 사회적인 학습을 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받는 것을 인지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는 자기결정 능력 향상에 매우 위험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보상이 없으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목표 달성한 것에 대하여 보상을 점점 줄여나가고 스스로 성취했다는 내적 가치에 중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셋째, 최대한 많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비슷한 상황의 다른 인간을 통해 ‘관찰학습’을 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원하는 인간상, 꿈, 비슷한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나 전기, 또래와의 만남 등 관찰학습 거리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물론 충분히 교육적이며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내적 안내도이며 설계도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자기결정성 이론에 빗대어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무조건 그렇다는 법은 이 세상에 없다.

어디든 예외는 있고 다른 방법 또한 많다.

그렇기에 자기결정 능력이 좋다는 말은 무조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과 같지 않다.

나 또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지 않다가, 교사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그때가 약 28살이다.

심지어 내 어머니는 내가 공부한다고 하자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놀라셨다.


그러므로 아동의 자율성, 자기결정권 등에 관한 고찰은 더 많은 유용한 정보를 찾아보며 스스로 고찰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실천하길 바란다.


참고로 난 아이들과 생활하며 어금니가 점점 닳고 있다. 으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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