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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랍비 Sep 11. 2024

어쩌다 불운의 아이콘-1

양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

하아, 우선 이번 글의 제목부터 한숨이 길게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 전까지의 나는 소심의 아이콘으로 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과 그리 길게 사귀어본 적도 없다.


아버지가 군인인 탓에 이사를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심했던 나는 한 집단에서 성격이 별나다거나 튀는 모양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참 ‘특별한 일’들이 많이 생긴단 걸 깨달았다.


사람 사는 인생이 뭐 거기서 거기 아니냐 싶은 분들이 있겠지만, 한참 정전기가 심할 때는 손가락 정전기만으로 컴퓨터를 끄기도 하는 등, 심각할 정도의 ‘특별하게 불운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때 날렸던 문서들을 생각하면…. 어휴.


이전 글에서 내가 양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했던 경험을 언급했었다.

몇몇 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 모두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렇기에 나의 부모님은 당연하게도 특수교사는 절대 안 할 거라던 나에게 요리 공부를 권하셨다.


그때의 나는 더는 해볼 것도 없었기에 당연히 부모님 말씀에 수긍하여 따랐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 요리가 적성에 맞았다.

그렇기에 나는 양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단번에 합격하고 뒤이어 실기시험을 준비했다.


오믈렛, 홀렌다이즈 소스, 비프스튜, 서로인 스테이크 등 약 30가지의 요리를 배우며 작게나마 희열을 느꼈다.

물론 조리 기능사 자격증이 맛을 평가한다기보다 모양과 요리 과정 등을 평가한다고 보기 때문에 미식적 감각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배워가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그때 나와 친하게 지내는 4명의 악동 같은 대학 동기들이 연락했다.


[동기: 우리 언제 한번 봐야지]

[나: 어, 그래. 그러자]

[동기: 0월 0일. 괜찮?]

[나: 그때는 요리 학원 가서 안 돼]

[동기: 뭐? 그럼 우리 평생 안 볼 거야?]

[나: 뭘 또 평생 안 봐. 참나]

[동기: 지금 안 보면 뭐, 내 장례식 때나 보자]


그렇게 몇몇이 약 40년 뒤에나 있을 장례식을 운운하며 보자고 조르기에, 나는 딱 하루만 요리 학원을 빠지기로 했다.

당시 하루에 두 가지의 메뉴를 배웠으니, 그때 못 배운 메뉴가 ‘살리스버리 스테이크’와 ‘해산물 샐러드’다.

어차피 실기 메뉴는 30가지나 있고 그중 딱 두 가지만 시험으로 나온다.


‘에이 설마 친구들과 놀러 갔을 때 배운 그 두 가지 중에 나오겠어?’


이렇게 생각했던 나는 역시나 실기시험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하필 당일 실기시험으로 30가지 메뉴 중 해산물 샐러드가 나온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대학 동기들에게 말했더니, 그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이 악동들 같으니라고.

<스테이크 오 푸아브르: 당시의 불운 덕에 손님을 집에 초대해 요리해주는 걸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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