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랍비 Sep 16. 2024

특수의 희로애락

실수한 아이 대처법

평범한 날이었다.

비는 우후죽순으로 내리고 습기로 온몸이 끈적거린다.

아침부터 행사 준비로 일찍 출근하고 뛰어다니며 수업하고, 교실에 오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다가 녹초가 되었다.


비장애 학생들에게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우리 반에 내려오는 아이들에게는 ‘찾아오는 동물체험’을 각각 시켜주고 나니 벌써 한 시가 훌쩍 지났다.

거기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는 예성(가명)이가 바지에다가 그만 실수를 했다.


아이고, 여벌 속옷이나 옷도 없는데. 큰일이네.


우선 전화로 담당 보호자(시설 생활을 한다)를 부르고 급하게 바지를 벗기고 몸을 씻긴다.

그런데 아직 여름이다 보니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급하게 최대한 뜨거운 물로 틀어보지만, 샤워기에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아 우선 찬물로 씻겨보았다.

그러자 발음이 어색한 예성이는 차갑다고 난리다.


“앗, 타가어여. 타가어.”

(앗, 차가워요. 차가워.)


엉덩이와 허벅지에 변을 묻히고 도망가는데, 이가 뿌득 갈린다.

<차마 그 장면은 못 올리고 다른 것이 튀는 사진을 올려본다... 하.>

'야! 이 녀석아 다 튀잖아!'


하지만 꾹 참아본다.

어쩌겠어. 본인이 가장 민망하고 힘들 텐데. 참아야지. 티 내지 말자.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씻기고 속옷과 바지 빨래까지 대충 마쳤다.

그리고 보호자가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가니 이제 두 시가 다 되어갔다.

그때부터는 이제 행정업무의 시작이다. 그러다 드는 생각.


‘내일 수업은 어떻게 하지?’


산 넘어 산이고 도무지 끝나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핸드폰에 갑자기 뜨는 1년 전 사진의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흐뭇한 마음이 든다.

초록 검색창마이 박스라는 앱의 순기능이다.

그래. 그땐 그랬지. 와 00 이는 정말 많이 컸네. 이때 이 녀석이 사고를 쳤었는데 말이야.


지나간 희로애락에 그만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만다.

그래 이번에 했던 행사도, 아이들이 저지른 사고도 다 웃으면서 기억되길.

이전 22화 특수한 도덕발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