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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랍비 Sep 18. 2024

어쩌다 난청

건강하자 우리

장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시각 장애, 발달 장애 등등.

그중 나는 시각 장애청각 장애에 가장 약하다.

아무래도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는 따로 전문학교가 있어, 그런 증상의 아이들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장애 유형은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매일 검색하고 원문을 찾아본다.

하지만 위의 두 장애는 다르다.

게다가 지적인 장애 없이 경증의 시각 장애나 청각 장애 등의 감각 장애로만 진단되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물론 소싯적에 임용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오래전 일이고, 이론과 실제는 종종 경우가 다르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아 왔다.


하루 전부터 이명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랬기에, 다음날 병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아침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받았다고 메시지가 왔다.

하필 그날 괜히 스마트 워치를 차고 와서, 시계로 아내의 메시지가 훤히 다 보인다.


[아내: 여보 나 돌발성난청이래. 왼쪽 달팽이관이 망가졌대. 최대한 빨리 치료 안 하면 영구적 난청 올 수도 있대]


수업 중인데.

그래도 아이들과 수업 중에 핸드폰 만지는 모습을 차마 보일 수 없다.


왜? 이유가 뭐래? 예후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캄캄한 흑안개 같은 불안과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만 태연한 척 아이들을 가르쳐 본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두드렸다.


[나: 빨리 치료해야지. 약물치료 하자고 해?]

[아내: 응. 일단 약물]


돌발성 난청이라니.

아내가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괜히 걱정된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메시지를 주고받고서는 곧 청각 장애에 관해 공부할 적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우선 특수교육법에서 청각 장애란 ‘청력손실이 심하여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 또는 곤란한 상태이거나 청력이 남아 있어도 보청기를 착용해야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한…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온전한 청력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을 뜻한다.

즉, 매우 간단하게 요약하면 ‘난청인’이다. 

또한 난청은 ‘전음성 난청’과 ‘감음성 난청’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전음성 난청은 외이도에서 중이를 지나 달팽이관까지의 기관에 문제가 있는 난청이고, 감음성 난청은 달팽이관에 잘 전달된 소리를 뇌신경까지 전달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그렇기에 나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았다.


첫째, 우선 아내는 이전까지 소리를 잘 들었으니, 외이도에서부터 와우관까지의 기능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 딱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귀지’로 인한 막힘인데, 그건 몇 년 전에 제거했다.

아내가 말하길 거대한 ‘건망고’가 귀를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 같았다고….(여보 미안)


그리고 둘째, 아내는 나보다 5살이나 젊다.

그러니 절대 노인성 난청은 아니다.


마지막 셋째, 아내는 요즘 일거리 때문에 스트레스 심할 때가 종종 보인다.

아마 이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의사도 아니고 원인을 안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참, 헛지식이란 것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흑안개처럼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흑막이 나를 잠식하기 전, 아내에게 가벼운 농담으로 위로해 주었다.


[나: 여보 앞으로 스트레스 안 받게 내가 더 잘 보살펴 줄게,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 최대한 안 나게 치료해 보자!]

*돌발성 난청으로 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한다.


당사자도 아닌 내가 먼저 불안해지면 어떡한단 말인가! 나부터 힘내자.


[아내: 응! 그럼 역시 병원 다녀온 날엔 외식으로 돈가스인가?]


이에 아내도 씩씩하게 답을 주었다.

역시 내 아내답다.


[나: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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