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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뚭씌 Oct 16. 2023

콘스탄틴(2005)

비평과 에세이


저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영화 <콘스탄틴>은 크게 ‘죽음’, 기독교의 사후세계 ‘천국’과 ‘지옥’, 그리고 ‘자살한 영에 대한 구원’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실 세계에 천사와 악마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주인공은 그 균형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콘스탄틴이 재미있었던 점은 영화 속에서 천사와 악마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신의 사자 가브리엘은 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루시퍼의 아들(악마)을 현실로 불러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이를 막는 것은 오히려 타락 천사 루시퍼이다. 영화 속에서 나타난 모순적인 역할이 흥미로웠다.


콘스탄틴의 대사에서 “지옥에서의 2분은 영원과도 같다”라는 말이 있다. 주인공은 물을 매개로 하여, 지옥을 오간다. 현실의 시간이 멈추고, 영원과도 같은 지옥에서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지옥’을 체험한다. 필자가 오늘 들은 철학 수업에서 ‘천국’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한 ‘천국’이란 사랑이 가득한, 죽어야만 갈 수 있는, 행복한, 현실과 반대되는, 착한 사람만 갈 수 있는, 이상적인, 원리로 이루어진, 모순이 가능한 곳이었다. 즉, 쉽게 풀어보자면, 이 세계에는 존재할 수 없는 곳이며, 우리가 알 수 있는 영역이자 이상적이고 영원한 곳이다. 동시에 우리가 이 글에서 초점을 맞출 부분은 ‘고정된 시공간’이라는 점이다. ‘천국’이란 고정된 ‘목적지’ 그 자체이다. 천국은 발전하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며, 우리가 향해갈 곳이다. 목적지란 우리가 목적지를 향하는 도중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지옥’에 관해 추론해볼 수 있겠다. 기독교의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지옥이란 ‘신의 사랑’이 없는 곳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옥은 단테의 <신곡>, 로마 신화의 하데스 같은 하강 이미지, 메소포타미아 신화[1]의 불바다의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한 장소이며,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대다수가 가고 싶지 않은 그런 장소이다. ‘지옥’은 천국과 이러한 차이가 있는 동시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철학적으로 지옥 역시 ‘고정된 시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종교는 우리에게 영원히 지옥에 머물지 않기 위해 현세를 도덕적으로 살아가라며 종용한다. 또한, 지옥은 천국과 마찬가지로 발전하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다. 현세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이 ‘이미’ 모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옥문을 넘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는 철저한 절망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안젤라의 쌍둥이 동생은 자살함으로써 지옥으로 간다. 쌍둥이 언니 안젤라는 동생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동생의 죽음을 파헤친다. 자살한 이사벨은 구원받아 천국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의 나는, 자살에 관해 부정적인 말들을 하는 종교의 통속적인 속설에 관해 굉장한 거부감을 가졌던 적이 있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라는 기독교나, ‘자살을 하면 환생을 못 한다’는 불교 윤리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에게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자살’에 관한 재미있는 관점을 들은 적이 있다. 목사님은 우리가 병을 앓다가 결국 심장이 멈춰 죽는 것처럼, 정신 역시 병을 앓고 앓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 자살이라고 보는 관점을 제시해주셨다. 그러니 자살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며, 개신교에서 자살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닌 하나님의 몫이라고 주장한다.[2]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관점들도 알게 되었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콘스탄틴을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콘스탄틴의 대사 중 “신은 그냥 개미집으로 놀고 있는 어린애일 뿐이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콘스탄틴>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죽음’, ‘사후세계’, ‘자살한 사람의 구원’을 넘어, 신의 존재 여부, 신은 ‘선’ 그 자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등 사유해볼 만한 소재가 많은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다.









[1] 류철균, 변성연.(2011).현대 영화에 나타난 사후세계의 장소감 연구.문학과영상,12(1),87-113.

[2] 조성돈.(2020).기독교의 죽음 이해와 자살예방.종교문화학보,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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