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내와 40대 남편의 노잼에 대한 고찰
“내가 생각하는 노잼은 좀 다른 것 같아.” 노잼 인생 탈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일주일. 남편의 한마디에 충돌이 일어났다. 1화, 2화 글을 읽은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합의가 이뤄진 줄 알았던 우리의 프로젝트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하는 생각에 순간 민망해졌다.
-나: "오빠가 생각하는 노잼은 뭔데?"
-남편: "내가 말하는 노잼은 단순히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야. 불안이 더 많이 내포돼 있어. 회사에서는 내 미래를 찾을 수 없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잖아. 근데 또 회사 외의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에서 에너지를 소모해. 최근 이직하고 이게 더 심해지니까 오히려 회사 밖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 나를 다시 단단하게 세울 신념이나 가치관 같은 거 말이야. 그걸 위해 이 프로젝트에 응했던 거고."
남편의 불안은 나도 알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유도 그 불안을 덜어줄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싶어서였다. 내 글이 너무 가벼워 그 마음을 담지 못했나 괜히 속상했다. 그날 밤엔 별말 없이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달리러 나간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남편: "내가 너무 '노잼'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했나 봐. 글을 다시 읽어 보니까 나한테 노잼 탈출은 매일 갈리듯 살아가는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과정 맞는 것 같아. OO이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거고. 그래서 나는 운동으로 리프레시하고,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이 프로젝트 아닐까. 거기에 요즘 관심 있는 주식도 해보고 우리 직업을 살려서 물건도 팔아보고. 이 과정을 담아보자."
그제야 안심이 됐다. 노잼 정의에 대한 범위가 조금 달랐을 뿐,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오히려 좋았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노잼'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시간이 된 셈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노잼은 단순한 '재미없음'이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재미는 어쩌면 자극이 아니라 의미가 아니었을까. 삶의 결을 세우고 일의 보람을 느끼며, 자기 안의 동력을 되찾는 일. 그게 우리가 원하는 진짜 노잼 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