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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로운 생각 Sep 30. 2022

상무님은 왜 머리가 단발일까?

상무님 헤어스타일의 진실

“상무님은 왜 머리가 단발이세요?”

회의를 마치고 티타임을 하는데 후배가 물었다.

“영화나 드라마, 주변에 계신 상무님들이 모두 단발이시더라고요”

나는 대답했다.

“머리가 자꾸 빠지네!”


퇴근길 운전을 하는데 후배의 질문이 생각났다. 

지난날 치열하게 살았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막 할인점 지점장이 되었던 시절, 휴무에 헤어숍에서 파마를 하고 있는데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 

 "정 지점장, 어디야? 본부장님께서 지금 정 지점장 지점으로 가고 계시니 빨리 가!!"

황급한 상사의 목소리에 나 또한 다급해졌다. 지점의 특성상 지점장의 휴무는 평일이고, 본사에 계시는 본부장님 휴무는 주말이라 종종 벌어지는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지점장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잘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디자이너분에게 말고 있던 파마 롤을 빼 달라고 하였다.

"네? 지금요?" 당황해하는 반문에 파마 값은 모두 줄 테니 제발 빨리만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그렇게 황급히 지점으로 가서 불시 본부장님 방문의 응대를 마치고 나니 진이 빠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샵에서 디자이너에게 손질하기 가장 쉽고 빠른 스타일을 추천해 달라 하였다. 그렇게 나는 단발머리와 연을 맺었다. 

                                  

그날 이후 나는 십수 년을 단발로 살고 있다. 

좋아했던 긴 머리가 아쉬웠지만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회사의 갑작스러운 콜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시작하면 중간에 끝내기 어려운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사우나, 영화, 원거리 이동 등이 그렇다. 사람들은 지점장의 휴무에도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물었지만 지점은 지점장 책임이라는 생각은 확고했다.         


직급이 높아가며 여유는 더욱 없어졌다. 늘 해야 하는 업무가 눈앞에 있었고 이왕이면 더 잘 해내기 위해서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가끔 거울을 볼 때 빠지는 머리카락과 늘어나는 눈가 주름이 신경 쓰였지만 잠시뿐 거울을 내려놓는 순간 또 다른 무엇인가에 늘 쫓기며 바쁘게 살았다. 나를 가꾸는 일의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시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나를 인정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오프에서 온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현실세계에서 가상공간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해하는 친구를 보며.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는 선배를 보며, 음식 배달을 전화로만 하는 친정엄마를 보며 끝없이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와 선배, 그리고 친정엄마가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번 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지속적인 배움은 필요하다. 나의 강점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끝없이 배울 것이다. 최근에 머리가 많이 빠진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보이는 머리를 채우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머리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발은 나에겐 훈장 같은 존재이다. 

나의 열정과 맞바꾼 삶의 흔적이다. 

또다시 나의 꿈을 위해 무언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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