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요리사의 독백

by 김작가a

결단의 문턱에서 — 청와대 요리사의 독백

새벽은 언제나 조용하다. 청와대의 주방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수십 년을 일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주방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 불은 늘 같은 온도로 끓고, 같은 방식으로 볶는다. 그러나 그 불 앞에 서 있는 나는, 오늘따라 마음이 무겁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나는 그를 지켜보았다. 물론 멀리서다. 나는 요리사다. 정치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사람을 오래 지켜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대통령은 자주 새벽에 일어났다. 창가에 서서 서울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은, 마치 도시 전체의 고통을 짊어진 사람 같았다.

오늘도 그는 새벽에 일어났다. 내가 주방에서 미음을 끓이고 있을 때, 그의 발소리가 복도를 지나갔다. 나는 그 소리를 안다. 무거운 결단을 앞둔 사람의 걸음이다. 그 걸음은 늘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은 조금 느렸다. 마치 발걸음 하나하나에 질문을 담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가 좋아하는 미음을 준비했다. 쌀을 오래 불려 부드럽게 끓이고, 간은 최소한으로 했다. 대통령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늘 “국민의 입맛은 다양하니, 요리도 다양해야지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요리도 정치처럼,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주방 옆을 지나갈 때, 나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대통령님, 미음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그게 필요하겠군요.”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빛은 멀리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가 보는 곳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였다.

나는 그가 식사를 마친 후, 회의실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참모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시민, 문재인, 그리고 다른 이들. 그들은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대통령의 철학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것을.

그가 연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 칼을 갈았다. 요리사는 칼을 갈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맛을 낼 것인가. 어떤 온도로 삶을 끓일 것인가. 대통령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말로 국민의 마음을 끓일 것인가. 어떤 결단으로 현실을 바꿀 것인가.

나는 그가 국회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차를 준비했다. 생강차였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맛. 그는 그것을 마시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 수많은 질문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는 무엇인가. 권력은 왜 존재하는가.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그가 국회 연단에 섰을 때, 나는 TV를 켰다. 주방 한쪽에 놓인 작은 화면 속에서,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그 일을 하러 왔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내 삶도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었다. 나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의 연설이 끝난 후, 국회는 침묵에 휩싸였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흔들리는 세상을 붙잡을 수 있다.

청와대로 돌아온 그는 다시 창가에 섰다. 나는 멀리서 그를 바라보았다. 서울의 불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안개는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도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다시 질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치는 끝나지 않는다. 질문이 있는 한, 정치는 계속된다.”

나는 그 말에 응답하고 싶었다. 요리사로서, 사람으로서. 나는 다시 불을 켰다. 내일 아침, 그는 또다시 새벽에 일어날 것이다. 또다시 창밖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질문할 것이다. 나는 그 질문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 방식으로, 내 자리에서.

이 글은 요리사의 시선을 통해 정치의 본질과 인간적인 고뇌를 조명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풀어낸 서사입니다. 청와대 경호원의 시점이나, 국회 속기록 담당자의 시점도 흥미로운 접근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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