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단편소설

by 김작가a

12화. 추모관


1997년. 10살 된 녀석 아들과 나라, 그리고 난 백장미 들고 녀석을 만났다. 나라 어깨가

흔들렸다. 녀석 아들은 사진과 판박이다. 슬픈 기색도 없다.


1988년. 늦은 밤, 고시원 봉창을 두드렸다. 나라는 도시락을 꺼냈다. 멍하니 천정을 바라

보는… 외롭고, 힘들고, 무섭고… 어떤 감정일지, 짐작이 갔다.


1987년. 겨울, 나라는 이모 수녀가 관리하는 복지관에서 출산했다. 부모님은 그녀를 외면

했다. 녀석 아들은 이모 슬하에서 자랐다. 간혹, 찾아가 만나는 것 외에는…


녀석 아들이 10살 되던 해, 아빠 사진을 처음 보았다. 녀석이 하늘에서 보살피나 보다.

천주교인은 태아를 지울 수 없다…


1988년. 나라는 자주 찾아왔다. 멍한 눈길로 날 바라보다… 가곤 했다. “형! 꼭 합격해.”

도시락을 건네고 가버린다. 몇일동안, 힘든 건 나였지만…


1990년. 2차 시험에 합격한 날, 나라는 기뻐했다. 난, 고백했다. 나라는 약혼 반지를

받았다. 취업하면서 한동안은 자주 만났다. 1991년. 나라는 유학을 떠났고…


그녀가 떠난 뒤, 변론에 시달리고, 약속한 나라는 없고…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강

대교에 올라가,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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