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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직 마케터 앨리스 Feb 01. 2023

[제1수]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살지 말라

#001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 나의 100수 일지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001


돌이켜 보면 운이 좋았었다.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작은 회사에서 의도치 않게 빠르게 일에 대한 적성을 발견했고 그 뒤로 쭉 상승곡선의 커리어를 이어왔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성격이 무던하지 못하고 유난했던 나는 이직이 잦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상향 이동을 했으니 이쯤 되면 빛나는 마케팅의 호황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솔직히 말해서 승승장구하는 나를 보며 주위의 부러움 혹은 시기 질투 같은 것들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던 시간 아닌가.


그랬던 내가! 단 한 번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미끄러져 본 적 없는 내가 서른 중반 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권고사직을 당하다니. 그 충격이 만만치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01. 내가 다니던 회사 앞 커피숍까지 찾아와 스카웃 제의를 하던 모 회사의 부대표는 나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자 했지만 결국 끝이 좋지 않았고, 냉랭해진 그의 뒷모습을 뒤로한 채 나는 또다시 회사를 나왔다.

02. 내가 마치 회사를 구할 유일한 존재라도 되는 듯 모든 권한을 넘겨주며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던 연봉 앞자리를 달아주었던 또 다른 회사는 결국 모든 뉴비에게 그런 기대를 대물림하며 채 3개월의 참을성으로 사람을 내치는 곳이었다.

03. 마케팅 비용을 물 쓰듯이 써도 된다며,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꿈꾸는 마케팅팀을 만들자고 했던 나의 마지막 회사 대표는, 정작 우리 팀이 권고사직을 앞둔 시기에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나, 다 해봤잖아. 언제는 안 그랬니.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될걸."


그러니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번다고 해서, 남들보다 그저 조금 '더 잘나가'보인다고 해서 그것에 심취할 필요 없다. 지금의 안락함이 영원할 것처럼 살지 말자.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내가 비록 이런 '꼴'이 되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는 거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그리고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결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될 때는 아주 조금의 기쁨을, 안 풀릴 때는 아주 조금의 슬픔만 간직하고 살자.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모습과 처지로 바뀔지 모르니까.

우리는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제1의 묘수.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살지 말라.


아마도 마지막 출근 날, 창문 위로 툭 떨어진 커다란 낙엽, 낙엽에 이름이 있다면 아름다운 이별일까.


한 시절, 푸르렀다가 무르익어 찬란한 노란빛 빨간빛을 내뿜던 낙엽은 늦가을이면 바닥에 뒹굴며 쓰레기가 되어 떠나지만, 다시금 봄이 오고 꽃이 핀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순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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