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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펭귄 Nov 15. 2023

남성 직장인 발레 6개월 차

어릴 적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 춤은 발레였다. 이유는 없었다. 아름답다거나, 동작이 우아하다 보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발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선의 연결이 너무 아름다웠다. 춤이 시작되고 나서 시작된 하나의 선을 끊임없이 연결해 나아가고 그걸 위해서 극한의 미세한 컨트롤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중에 반드시 발레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발레도 엄연히 클래식의 범주에 있는 예술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그것도 직장인으로 배우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우선 기본적인 유연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 동작들이 대부분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들이기 때문에 유연성이 없다면은 다리도 잘 올라가지 않고, 간단한 동작들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에 절반만 들어오게 되니, 학원을 다니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없는 유연성을 만들기 위해서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처럼 다리 찢기 90도에 바닥에 다리 펴고 앉는 것조차 힘들어하면은 안된다. 그럴 경우에는 선생님이 유연성 스트레칭 할 때에도 봐줄 수가 없다고 할 정도가 되어 버린다 ㅠㅠ


개인적으로 학원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근처 발레 학원 2군데를 알아봤을 때 차이점은 옷과 시간이었다. 1번 학원의 경우에는 옷도 발레복을 입어야 했고, 시간도 정해진 클래스만 수강이 가능했다. 2번 학원의 경우에는 토슈즈만 신으면 옷은 관계없었고 무엇보다 8회 티켓을 구매하면 8번의 수업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의 아무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었다. 직장인처럼 시간 변동성이 많을 경우에는 정해진 클래스를 못 가서 돈을 날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체 없이 2번 학원을 골랐는데, 다른 학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인 1번 학원과 비슷하다고 하니 2번 학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원과 헬스장에서 스트레칭 하는 모습


처음 학원을 다니면서 든 생각은 너무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유연성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너무 힘이 들었다. 발레의 동작들은 힘이 들려고 하면은 한없이 힘들고 힘을 빼려면 편한 동작인데, 편하게 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힘을 많이 주면서 한 바람에 처음에 2개월간은 학원을 다녀오면 항상 발가락에 멍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동작들이 전체적으로 단순하게 어려웠다. 복잡하게 어려우면 머리를 써서 하는 법을 생각하던지 아니면 연구를 할 텐데 단순하게 몸을 유연하고 힘이 들게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니 오히려 신체적 한계에 좌절을 많이 했다.


그렇게 유연성의 한계와 시간적 한계에 부딪혀 현재는 약 2개월간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매일 집에서 다리 찢기를 30분 동안하고 있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다. 다리 찢기 도구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태로 학원을 갔는지 느껴졌다. 햄스트링은 전혀 늘어날 기세도 없고, 고관절은 전혀 열리지 않으니, 4개월을 다닌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연성은 절대로 강제로 빨리 늘리려고 하면은 안된다. 그러면 마치 탄성을 잃은 고무줄처럼 유연성에 힘이 없는 게 바로 느껴진다. 그러니 유연성을 늘리는 건 인내심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늘려야 한다.


계속해서 포기 안 하는 이유. 는 사실 완전히 개인적이다. 춤을 추기 좋아하는 나는 예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장르의 댄스에 발레 베이스를 가진 댄서들을 제일 좋아했다. 본인만의 장르에 발레 특유의 끊기지 않는 선을 유지하고 밸런스와 선이 아름다운 댄서들을 동경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춤을 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레 베이스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하는 자기 계발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이 춤인데 거기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내 자신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며 발레를 너무 하기 싫지만 참고 있다.


6개월 동안 사실 배운 건 없다고 봐도 된다. 아마 유일하게 배운 건 아직 배울 수 없다는 현실?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원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 준비를 해서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힘든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유연성과 다이어트를 생각하신다면은 필라테스나 요가가 더 좋을 수 있다. 발레의 동작들의 목표는 아름다움이지 건강이 아니기 때문에 오직 다이어트와 자세교정이라면 다른 운동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발레의 아름다움을 알고 도전해 보고 싶다면은 큰 결심을 가지고 멀리 보고 들어 올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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