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인물 크로키 위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다행히도 선이 조금씩은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실감은 하지 못하겠는 요즘이다. 가끔씩 주변분들이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면서 칭찬을 해주면 약 2년 동안 계속 그려온 것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내가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소셜링 모임을 만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그린 그림들을 공유를 하는데 그 안에서 당연히 내 그림이 제일 수준이 낮으며, 주위에 친구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있어도 실력이 제일 낮았다. 하지만 아예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느 정도 그리는 수준, 아마 지금의 내 수준이 딱 그 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것도 잘 그리는 것도 아닌 경계선의 실력
700일 가까이 그림을 그렸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사실 그림에는 아예 소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칭찬의 힘이 대단한 게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 좀 더 그림에 정성을 쏟게 만드는 힘이 있다. 뭔가 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이 되기도 하고, 이전에는 안 보이는 선들이 보이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감이 생기다니 항상 우울하게 그림만 그리던 나에게는 정말 큰 변화였다.
그리고 조금씩 과거에 선생님들이 했던 말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론을 말해주셔도 그걸 어떻게 적용하지? 이미 그전 단계인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수준이 불가능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눈앞의 것들을 어느 정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원근법, 등등’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말씀해 주신 것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림에 이론을 적용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에 ‘블루 피리어드’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하면서 이다. 내용은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미대를 준비하는 내용인데.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림을 공부하는지, 어떻게 이론이 자신에게 습득화 되는지 등을 보면서 아... 무작정 하는 것보다는 저렇게 합리적으로 내가 왜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가며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요즘 많이 깨닫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론과 노력의 결합은 사실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자신이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 있는지 그리고 기본을 어떻게 탄탄하게 쌓아 올려가는지를 체크할 수 있고, 공부하다 보면 오는 슬럼프를 쉽게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지름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정점에 올라간 사람들이 인정하는 이론이란 중요한 비법서와 같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노력만큼이나 배움을 중요시 여기라는 것이기도 하다.
저에게 그림이란 항상 막연히 어렵고, 우울하고 정말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어느 정도 칭찬을 받게 되고, 이론을 적용할 돈을 사용하니, 드디어 상승기라는 것이 찾아왔습니다. 700일이 걸렸습니다. 이 상승기를 처음으로 느끼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효율이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배움에는 상승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항상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