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5- 후회와 결심
3월 9일의 나는 두 문장을 쓰고 닫았다.
삶이 짐스러웠구나……
그즈음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하노이에서 연장된(?) 나의 삶에 대한 후회로 온통 질척였다. 12월 말에 진행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나는 원하는 업무에 배정이 되었지만)에 대한 불만, 그 과정에서 관리자의 입에서 나에 대한 평판이 흘러나왔다는데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이 왜곡된 내용이었다. 어떤 직원을 통해 관리자가 들은 내용을 관리자가 또 다른 직원에게 옮겼고(누군가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묻는 관리자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걸 옮기는 관리자는 더 이해할 수 없다) 그게 내 귀에 들어왔다. 사람에 대한 평판이야 다양할 수 있지. 호불호 인정.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 적어도 팩트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하지 않나….. 의도적으로 음해당했음을 직감했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동료들 또한 말도 안 되는 인사의 희생양이 되었고 떠도는 소문으로는 이번 인사로 가장 혜택을 본 자가 범인(?)이라고들 했다. 작년 연말 어떤 이유로 나와 멀어진 선배가 이번 인사의 최대 수혜자이고 관리자의 총애를 받는단다. 다들 그녀를 의심했다. 12월 말, 1월 초엔 그냥 웃고 넘겼다.
3월이 되고 새로운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관리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왔다 갔다 한다. 전통도 관습도 심지어 현실적 조건 따위도 무관하게 모두들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이다. 결재를 놓고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작년 하반기에 파견된 이 관리자는 친절한 얼굴로 독재를 한다. 한국에서도 겪어 본 나쁜(좋은 분들도 많다) 여자 관리자들의 특징이다. 같은 여자지만 노답이다. 문제는 그런 전횡을 막을 제도도, 조직도,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여긴 재외니까….. 단기간 근무하고 귀임하는 사람들은 이 조직의 민주화엔 관심이 없다. 명분도 없고 효율도 없는 업무지시가 이어지는데도 다들 그러려니… 기계적으로 받아낸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다.
문제는 기안을 하면서 생긴 작은 실수를 나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시작되었다. 관리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정확히는 나의 업무 능력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거의 하지 않던 실수가 연이어 발생했다. 예를 들면 오타를 내거나 내부망에 안내 메세지를 보내면서 편집이 틀어진 상태로 전송을 해버린 일 같은….. ㅜㅜ 나는 좀처럼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편임에도 관리자 결재를 받는 일이나 관리자를 포함한 메세지를 보내는 일에 이런 실수가 일어났다. 3월 초 두 번의 이 실수들이 나를 몹시 힘들게 했다. 부서 동료들은 뭘 그런 걸로 그러냐고 위로했지만 관리자와 그 선배에게 나를 비방할 빌미를 준 것 같아 화가 나고 억울함이 밀려왔다. 이 정도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아니냐며 친한 선배에게 토로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작년 연말 인사철에 들은 소문 때문이다. 나는 관리자에게 찾아가 직접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게 내 방식이다. 대화~ 오해는 풀고 일을 바로잡는 것~ 근데 친한 선배가 말린다. 관리자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이고 결국 나만 힘들어질 거란 이유다. 또 다른 선배는 따뜻한 메세지로 위로해 주었다. 마음을 잡고 달력을 보았다. 귀임하기까지 아직 9개월이 남았다. 잘 버틸 수 있을까? 내 삶과 내 시간이 타자의 의지대로 끌려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보란 듯이! 아주 즐겁게 살아보리라~ 무능하고 이기적인 관리자와 그 추종자들은 반드시 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으리라… 인과응보 사필귀정…
그래서 부서원들과 즐겁게 지내고 내 업무에도 충실하며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소심해졌던 태세를 고쳐 할 말을 하고 관리자 귀에 들어가길 오히려 바랐다. 나를 건드리면 폭주하고 그것을 빌미로 귀임하는 플랜도 나쁘지 않다.
사람에 대한 실망은 사람에 대한 희망으로 치유된다. 결국 나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여기서의 남은 시간을 내 방식대로 부딪쳐보기로 결심한다. 어쩌라고~ 정신!! 부럽지가 않아 정신!! 너 뭐 돼? 정신!!!
학씨~~
나는 잘 이겨낼 결심을 했다. 그리고 4월이 왔다. 그럭저럭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4주 동안이나 몸이 아파 고생을 했다. 병원 가도 소용없다. 비싼 주사도 소용없다. 결국 망가진 마음은 육체로 드러나나 보다. 기를 쓰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미워해야 하는 마음도 아프다. 평정하고 여유로운 마음….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이 편집점 일지 모른다. 컷!!!!! 잘라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