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담합에서 수요독점까지: Bertelsmann 판례의 시사점
전통적인 경쟁법의 세계에서 독점(Monopoly)은 판매자가 시장 가격을 지배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공급 독점'을 의미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그 반대편의 그림자인 수요독점(Monopsony)이 존재한다. 모노폴리가 단일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강요하는 구조라면, 모노프소니는 단일 구매자가 공급자에게 낮은 가격을 강요하는 구조다. 노동 시장에서 구매자는 기업이고 공급자는 노동자다. 따라서 노동 시장의 수요독점은 기업이 노동력에 대한 유일한 구매자로서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적인 시장에서 형성되었을 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단순한 분배의 문제를 넘어, 노동 공급의 위축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경쟁법적 규제의 대상이 된다.
오랫동안 반독점 당국은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 standard)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합병이나 담합을 심사할 때 "이 행위가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을 올리는가"가 핵심 질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이 노동 시장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이 결국 노동자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며 산업 전반의 인적 자본 축적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즉, 경쟁법의 목적은 단순히 저렴한 상품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노동이라는 생산 요소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United States of America v. Bertelsmann SE & Co. KGaA et al. (2022) 판결이다. 이 사건은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가 경쟁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를 21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하려 한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법무부(DOJ)는 이 합병이 성사될 경우 'Big 5' 체제였던 미국 출판 시장이 'Big 4'로 재편되며, 특히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원고를 구매하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수요독점적 지위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여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합병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원고 공급자인 작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집중되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플로렌스 팬(Florence Pan, 1966-) 판사는 판결문에서 "합병된 법인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 경쟁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며, 이는 결국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선인세(advances)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특히 25만 달러 이상의 고액 선인세를 받는 시장에서의 경쟁 저해를 심각하게 보았으며, "합병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the effect of the merger may be substantially to lessen competition)"는 클레이튼법(Clayton Act) 제7조의 위반을 근거로 합병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공급자(노동자) 측면의 피해만으로 합병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 기념비적 판결이다.
사실 노동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행위는 기업들에게 매우 매혹적인 유혹이다. 과거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고위 경영진 간의 담합 사례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 1955-) 등은 서로의 핵심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하는 '노포치(No-poach) 합의'를 맺었다.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는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유능한 인재의 이탈은 경쟁력 약화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여 임금을 올리기보다, 비밀리에 합의하여 인력 이동을 차단함으로써 '비용 통제'라는 손쉬운 이익을 취하려 한다.
최근 미 법무부(DOJ)는 이러한 기업들의 유혹에 대해 강력한 형사 처벌(criminal enforcement)로 맞서고 있다. 2016년 '노동 시장 반독점 지침' 발표 이후, DOJ는 노포치 및 임금 담합(wage-fixing)을 가격 담합과 동일한 '당연 위법'(per se illegal)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네바다주 헬스케어 업체 경영자가 임금 담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United States v. Lopez (2025) 사건은 노동 시장 담합이 이제 벌금형의 민사 책임을 넘어 인신 구속에 이르는 형사 처벌의 영역임을 확고히 했다.
기업이 서로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담합은 경제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첫째, 노동자의 소득 권리를 박탈하여 자산 형성의 기회를 빼앗는다. 둘째, 인재가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 셋째,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외부로 확산되는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시장의 역동성을 죽인다. 결론적으로 노동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노동자 개인에 대한 가해를 넘어,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근간인 '경쟁을 통한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대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다.
결국 경쟁법의 시선은 이제 시장의 입구인 생산 요소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Bertelsmann 판결이 보여주었듯, 노동자는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경쟁법이 보호해야 할 능동적인 시장 참여자다. 기업들이 경쟁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맺는 은밀한 합의와 수요독점적 지배력은 시장의 공정성을 파괴한다. 향후 경쟁법 연구는 노동 시장의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여, 어떻게 하면 기업 간의 건강한 인재 확보 경쟁을 유도하고 노동의 가치가 시장 원리에 의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