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스쿨 SJD 학위의 위상과 실체

법학의 전문성과 학술성의 교차

by 날개

대한민국 법학 교육 체계가 2009년 로스쿨 제도로 전환되면서, 법학 학위 체계 역시 법조인 양성이라는 실무적 목적에 최적화된 미국식 모델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 로스쿨 졸업생이 취득하는 전문석사(JD)의 상위 과정으로 설치된 박사학위는 명칭부터 운영 방식까지 SJD(Scientiae Juridicae Doctor, 법학전문박사)라는 전문 박사 체계를 표방한다. 이는 단순히 외국의 명칭을 차용한 것을 넘어, 이론 중심의 전통적 연구자 양성 경로와 실무적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문직 심화 경로를 분리하여 운영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 로스쿨의 SJD 과정은 '법학전문박사'라는 공식 명칭에서 드러나듯, 실무가(Practitioner)의 연구 역량 강화를 핵심 목표로 삼는다. 입학 자격부터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로스쿨 JD 학위 소지자를 우선시하며, 교육 과정 역시 법학의 기초 이론보다는 구체적인 판례 분석, 실무상의 법적 쟁점 해결, 그리고 특정 분야(공정거래, 조세, 지식재산권 등)의 심층적 고찰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SJD 학위자는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법률 실무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 학문적 깊이를 더한 '실무형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와 대비되는 경로가 바로 일반대학원 법학과에서 수여하는 Ph.D.(Doctor of Philosophy, 법학박사) 학위다. 로스쿨 체제 내에서도 많은 대학은 일반대학원 과정을 병행 운영하는데, 여기서의 Ph.D.는 전통적인 법철학, 법사학, 헌법, 민법, 형법, 상법, 행정법 혹은 순수 이론 중심의 '학술 박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한다. 즉, 한국의 법학 박사 지형은 로스쿨 소속의 SJD(전문박사)와 일반대학원 소속의 Ph.D.(학술박사)라는 이원적 구조로 재편되었으며, 이는 실무의 고도화와 이론의 심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한국적 절충 모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전문박사(SJD)와 일반대학원의 학술박사(Ph.D.)는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위 학위를 취득한 자로서 '법학박사'라는 범용적 명칭 아래 묶인다. 두 학위 소지자 모두 박사 학위 논문을 공표하고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 그리고 해당 분야의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대외적인 호칭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학위증에 기명된 영문 명칭과 그 이면의 교육 철학은 한국 법학 교육이 지향하는 '이원적 전문성'의 경계를 명확히 긋고 있다.


법조 시장에서 SJD 학위가 갖는 실질적 가치는 '병목 지점의 점유'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변호사 자격 취득 후의 박사학위가 일종의 장식적 성격이 강했으나, 로스쿨 체제에서는 특정 분야의 SJD 학위가 해당 영역의 고도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필수 설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예컨대, 대형 로펌의 전문팀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전문 법원에서 활동하는 법조이나 연구자에게 SJD는 단순한 학위 이상의, 대체 불가능한 전문 지식의 관문을 장악했음을 선포하는 공식적인 지표가 된다.


다만, 학계 진출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묘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법학 교수 임용 시장에서는 연구의 폭과 깊이를 담보하는 Ph.D.를 선호하는 경향이 잔존해 있으나, 로스쿨 교육의 현장성이 강조되면서 SJD 학위자들의 임용 사례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법학 교육의 중심축이 '순수 이론'에서 '실무와 이론의 융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SJD가 학술 시장에서도 Ph.D.와 대등한, 혹은 실무 교육 측면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로스쿨의 박사 졸업자가 취득하는 SJD는 법학의 실무적 완성을 상징하는 최고위 학위다. 이는 미국 로스쿨의 글로벌 표준을 따르면서도 한국 법조 시장의 전문화 요구에 부응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SJD라는 더 높은 층위의 병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현대 법학이 추구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이상을 기술적·학문적으로 구현하는 정교한 설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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