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배신: '부당한 고가 책정'과 플랫폼 지대

by 날개

자유시장경제의 대전제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의 파고 속에서 한국의 식료품비와 외식 물가가 인접 국가들과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현상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자아낸다. 특히 국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없다는 논리 뒤에 숨어, 무엇이 정당한 가격이고 무엇이 '부당한 고가 책정(Excessive Pricing)'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진 틈을 타 플랫폼 중개자들이 징수하는 고율의 수수료는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밀어 올리는 '플랫폼 지대(Platform Rent)'로서 작동하고 있다.


경쟁법에서 부당한 고가 책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통상적인 수준을 현저하게 상회하는 이윤을 수취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규제 현장에서 이를 입증하기란 극도로 어렵다. 생산 원가의 상승분과 기업의 정당한 이윤, 그리고 독점적 이득 사이의 경계를 수치로 명확히 획정할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모호성은 기업들로 하여금 '물가 상승'이라는 흐름을 틈타 원가 인상분보다 훨씬 높은 폭으로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그리드플레션(Greedflation)'의 기회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은 자유시장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의 이익 극대화 전략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이러한 고물가 구조의 중심에는 플랫폼 중심의 유통 혁명이 가져온 역설이 존재한다. 배달 앱이나 이커머스 플랫폼은 '연결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입점 업체로부터 결제 수수료, 광고비, 중개 수수료 등 다각화된 비용을 징수한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이 부과하는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결국 최종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플랫폼은 자신들이 가격 결정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급망의 병목(Bottleneck)을 장악하여 전체 물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인플레이션의 전이 통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의 물가 구조는 유통 단계의 비효율성과 플랫폼 의존도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초기의 저가 정책은 사라지고, 이용자를 가둔 뒤 지대를 수취하는 '수확의 시기'가 도래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은 시장의 자율적 수급 조절이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인 통행료의 성격을 띤다. 소비자가 느끼는 '비정상적으로 비싸다'는 직관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플랫폼의 지배력이 만들어낸 불공정한 비용 구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다.


결국 부당한 고가 책정의 문제는 단순한 수급의 불균형이 아니라, 시장 생태계 내의 '공정한 이익 배분'이 무너진 데서 기인한다. 국가는 물가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전이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교정해야 한다. 가격 그 자체를 통제하기보다는, 가격 형성을 왜곡하는 중개 시장의 독점적 수수료나 불투명한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구조적 접근'이 절실하다.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의의 대가가 전 국민의 식탁 물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이는 더 이상 자유방임의 영역이 아니다. 중개자라는 가면 뒤에서 물가 상승의 배후 조종자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수수료의 한계와 이윤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플랫폼의 성벽을 쌓는 행위가 '자유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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