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 담론(2)

혁신을 품는 미래의 거버넌스 모델

by 날개

법은 오랫동안 인간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질서화하려는 인류의 장치였다. 그러나 'AI'발 유래없는 기술의 혁신은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라는 오래된 법칙을 흔들고 있다. 인간의 언어로 쓰인 '법전'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는 데이터가 통치하고 '계산'이 '정의'를 대신하는, 알고리즘의 코드가 사회의 질서를 재편하는 시대로 급격히 접어들고 있다. 즉, AI가 결합된 코드의 세계는 단순한 자동화의 차원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실행하는 시대가 목전에 와있다.


법은 원래 ‘숙고의 시간’을 갖는 언어이다. 논증과 해석, 절차를 거쳐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법의 존엄이었다. 그렇지만, 코드의 세계는 ‘실행’이 곧 ‘결정’이며, 판단은 즉시 결과로 치환된다. 이 과정의 '비가시성'(Invisibility)은 법치의 본질을 흔들게 되는데, 책임의 귀속, 절차의 공개, 권한의 위임 등 법적 개념들이 알고리즘의 심연 속에서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코드의 지배'(The rule of code)’라는 표현은 이제 더 이상 은유(metaphor)가 아니다. 금융, 고용, 소비, 심지어 정치적 표현이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간의 선택은 코드가 미리 설계한 틀 안에서 진행된다. 규칙은 법전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숨어 있고, 규제는 국가가 아니라 플랫폼이 수행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법이 기술을 추격하는 시대를 넘어, 기술이 법의 언어를 대체하는 시점에서 ‘규제’는 더 이상 금지나 제재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를 설계하는 또 다른 형태의 프로그래밍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법은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이름으로 형태를 바꾸어 돌아온다. 여기서 거버넌스는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 기술·시장·사회가 함께 조율하는 다층적인 규범의 생태계를 뜻한다. AI를 통제하기 위해 AI에 법을 내재화(embedding law in code)하고, 코드를 설계하는 구조를 감시하며, 그 위에 다시 독립적인 감독체계를 얹는 방식이다. 향후의 법은 이제 한 권의 법전이 아니라, 수많은 알고리즘과 제도, 윤리원칙들이 엮인 다층적 네트워크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법의 쇠퇴가 아니라 기술 혁신에 따른 ‘법의 진화’ 일 수 있다. 법이 더 이상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기술 그 자체와 공존하기 위한 형태로 스스로를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이 코드의 언어를 배우고, 기술이 투명성, 설명 가능성, 책임성이라는 법의 원칙을 내면화한다면, 그 지점에서 비로소 새로운 형태의 규범적 균형이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법의 지배’에서 ‘코드의 지배’를 거쳐 ‘거버넌스의 지배’로 향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권력 이동이 아니라, 사회 질서의 인식론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다. 법은 더 이상 외부에서 사회를 규율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 시스템 속에 내재된 윤리와 구조의 일부로 작동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1927-1998)은 "사회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관찰하며 재조정하는 체계"라고 말했다. 즉, 인간이 만든 코드가 다시 인간을 규율하는 순간, 우리는 거꾸로 그 코드를 다시 설계함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AI 거버넌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과 이분법적 논쟁을 멈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진흥과 규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감독 기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이 기구는 AI 개발 속도에 맞춰 신속히 대응하며, 강력한 법적 틀을 배경으로 삼되, 현장의 전문성을 반영한 산업계의 자율규제를 포괄하여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하이브리드적 접근을 통해 투명성, 설명 가능성, 책임성 등의 윤리 원칙을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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